서울 사람입니다.
요즘 내 주된 고민은 어디에서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이다.
결혼과 출산에서 해방된 상태인 지금에서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파워 E인 내 성향에 맞춰 지금 원하는 곳에서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다.
한창 사랑이 넘쳤던 신혼 초만 해도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마당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남편과 아이만 있으면 밤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둠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또한,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청소를 해대는 성격이 전원주택의 매일 반복되어야 하는 청소가 대수랴 싶었다. 공기 좋은 산과 바다 근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주말마다 시골로 여행을 다니며 간접 경험을 하곤 했다.
혼자가 되어 집을 얻을 때는 아파트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적지 않은 30대 중반에 사는 곳이라도 안전하고 소속되어 있는 편리한 곳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백수에게는 비싼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해 가며 역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때가 인생에서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현재 직장을 쫓아 준시골, 아니 정확하게 서울에서 먼 시골로 옮긴 다음에는 내가 도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시골사람, 도시사람 구분할 수 없다지만 평생 지하철역 근처의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이 낯선 지역에서의 밤, 거리, 생활 모든 게 새로 던져지는 미션들 같았다. 하나를 클리어하면, 그다음의 새로운 미션이 나타나 자신 있으면 도전해 보라고 내던져지는 그런 곳말이다.
저녁 7시면 문 닫는 카페, 밤 8시엔 어둠만 내려앉는 거리, 체인점 빵집 하나 없는 10m 이내 모두 몰려있는 상가들, 하나로마트가 유일한 쇼핑 공간..
그나마 좋은 사람들, 안정된 직장, 한적한 도로에서의 운전, 조용하고 넓은 쾌적한 집이 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그런데 그런 장점마저도 싫어져 매일
다시 공부해서 서울로 가자고 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만 한다.
서울이 정답은 아니다. 거기서 행복했던 삶보다 고통스러운 시간도 많았다.
그런데 난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을 좋아하고, 번화가의 새로 생긴 맛집과 카페를 좋아한다. 또한, 새벽에 언제든 걸을 수 있는 한강과 길거리 도로를 좋아한다. 넓지 않더라도 10평 내의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집에 앉아서 마시는 맥주도 좋아한다.
결국 혼자서도 덜 외로워지는 그런 서울의 삶을 도시를 좋아한다. 그래서 꼭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 시골에서의 삶은 그러한 군중마저도 없어지는 진정한 외로움이다.
돌아가기 위해선 난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