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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May 30. 2023

꽃을 받았다.

꽃을 받았다.

나를 위해서 산 꽃도 아니고, 직장상사가 행사에서 수상하고 받아 온 시상 꽃다발이 재활용처럼 내 손에 들어왔다.

이게 얼마만인 거지?

최근 받은 꽃이, 정확히는 챙겨 온 꽃이 여동생 결혼기념일 꽃다발에서 몇 송이 받아 온 장미였다. 참 속 없이도 그 몇 송이 장미에 신나서 여기저기 두고 사진을 찍었더랬다. 그리고 매년 그 기념일을 챙기는 제부 마음도, 언니에게 꽃을 양보하는 동생의 마음도. 고마웠다.

난 꽃이 주는 그 유한한 마음을 좋아한다.

기념일이든, 그냥 이유 없이 든 내 생각이 나서 골라보는 그 꽃 말이다. 전남편과 한참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렇게 꽃을 사다 주었다. 운전 연수를 끝내고 트렁크에서 나오는 촌스런 장미다발도, 툭하니 한 송이씩 들고 오는 꽃도, 프러포즈용 꽃다발도 모두 내 생각을 했던 거겠지.

그런 꽃들이 짜증나진 건 결혼 생활에 빠듯한 살림과 월급 속 꽃들이었다. 워낙 자주 싸워서 그런 기념일이야 잘 챙겼나 싶기도 하지만, 돈이 부족할 때라 로즈데이라며 사온 스승의 날 선물 같은 미니 바구니에 박힌 장미꽃 한 송이가 너무 초라해서 타박을 했었다. 이 장면이 내가 받은 마지막 꽃의 기억이다. 이 일만 내 마음에 남아있는 건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겠지.

같이 살수록 왜 돈은 점점 모자라고, 사랑도 같이 부족해져 가는지 참 모를 일이었다.

난 이제 날 위해 꽃을 살 수도 있고, 작은 꽃에도 충분하고 넘치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게 됐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고마웠다. 날 생각해 줬던 그 시절 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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