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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Dec 04. 2022

도를 믿으십니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점을 본다.

무속신앙을 안 믿는 사람들에겐 돈 낭비일지 모르나, 나에겐 1회 10만원의 상담을 받는 느낌이다.


살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그걸어떻게든 미신에 의지해서라도 풀고 싶기때문이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나에게 들어오는 운과 지난 나쁜 일, 내 성격은 귀신같이 맞혀버리기도 한다.

이혼을 하고 총 4번 정도 점을 봤었다.

그때마다 “당신, 결혼하지 않았어? 안하지 않았을텐데..“ 내 얼굴을 보고 나이가 어리지 않으니 떠보는걸까 싶다가도, 이혼수가 들어와서 어떻게든 이혼을 했을거라면서 하는 말들에 또 혹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혼, 참 힘들었다.

내 맘을 추스리고 어쩌면 끝을 내지 못했던 그 사랑도 진정시키려다 보니 함께 산 시간보다 더 긴시간을 내 맘을 달래는데 쓰고 있었다.


이번에도 유명하다는 무당에게 두달을 기다려 점을 봤다. 이혼과 결혼은 이제 내 인생에 중요한 일이 아니니,취업하며 이사 온 동네와 내 직업이 이게 맞는건지 다시금 물어보고 싶어서였다.


일은 시작했는데 이게 맞는건지, 내가 이 동네에서 20년이상 일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이제 사랑도 없고, 자식도 없고, 인복도 없이 인생이 끝나는건지 또 속없이 궁금했다.


첫 마디는 자존심 좀 죽이라였다.

자존심이 너무 세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니 니 주변에 남자가 버텨내겠냐며, 혼자 살기 싫으면 성격을 확 죽이라는 거였다.


결혼, 내년에 못하면 앞으론 없다며 결혼하면 아이도 한 명낳고 살거라며 내 본래의 성격을 보여주지 말라는 특명도 내리셨다. 허허허 제 본래의 모습은 진짜 별로인가 보네요?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다행히 직업은 잘 맞고, 시험운도 들어와있으니 계속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좋은 애기와 나쁜 애기를 오가며 짧은 대화 속에 전부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던 내 단점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인생 40년 자존심 세우면서 하고 싶은대로 살아왔으니 이젠 반대로 살아보면 어떻겠냐는 관용을 가지라는그 말이....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난 여전히 기쁜 일에는 크게 기뻐하고, 화난 일에 크게 분노하며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기에, 나를 위해 조금씩 바뀌어보려고 한다.


무당이 말한 대로라면 2023년의 내 삶은 일과 사랑 모두 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어떻게 될까??


큰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작게라도 변해보려고 한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편안함에 이르기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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