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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Aug 19. 2023

‘헨도’가 떠난 자리, ‘엔도’가 메꿀까

‘헨도’가 떠났다.


리버풀의 캡틴이었던 헨더슨이 팀을 떠났다 / 출처 - 리버풀 공식 sns


리버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조던 헨더슨이 23/24 시즌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다다른 나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어마어마한 금전적 보상은 헨더슨의 마음을 흔들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헨더슨의 이적을 막을 수 없었다며, “이미 헨더슨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 마음을 정했다. 우리는 그의 이적을 막을 수 없었고, 그 또한 우리가 그의 이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라며 헨더슨의 이적은 리버풀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맥알리스터와 도미니크 소보슬러이를 영입하며 중원 보강의 박차를 가했던 리버풀은 파비뉴에 이어 헨더슨까지 이탈하면서 다시 한번 중원을 두텁게 만들어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리버풀은 이에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로메오 라비아를 노렸지만, 두 선수 모두 첼시로 향하며 리버풀의 플랜에 차질이 생겼다.


안필드에 입성한 엔도 와타루 / 출처 - 파브리지오 로마노 공식 sns


결국 리버풀은 계약 기간 4년에 1620만 파운드 (약 277억 원)의 이적료로 슈투트가르트의 엔도 와타루를 영입했다. 이 30세의 일본 국적 미드필더는 리버풀의 캡틴이 남기고 간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안필드에 입성했다. ‘엔도’는 ‘헨도’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리버풀이 라비아와 카이세도의 플랜 B로, 캡틴의 대체자로 엔도를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 소개


슈투트가르트와 일본의 주장으로 활약한 엔도 와타루 / 출처 - 엔도 개인 sns


엔도 와타루는 1993년 생, 178cm, 76kg의 체격을 갖춘 일본 국적의 중앙 미드필더다.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보며, 센터백이나 오른쪽 풀백도 소화가 가능하며 A 매치 50경기에 달하는 국가대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J리그의 쇼난 벨마레에서 프로로 데뷔한 엔도는 2010년부터 2018년 여름까지 쇼난 벨마레 (2010~2015)와 우라와 레드 (2016~2018)에서 총 266경기에 출장하며 일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의 성장에 벨기에의 신트트라위던이 관심을 보였고, 145만 유로 (약 21억 원)의 이적료로 엔도를 영입했다. 엔도의 유럽 커리어 시작이었다.


엔도는 벨기에에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18/19 시즌 엔도는 31경기에 출전하며 2골 2도움을 기록, 팀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시즌 종료 후 엔도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고, 당시 분데스리가 2에 속해있던 슈투트가르트가 그를 임대 영입했다.


유럽 진출 1년 만에 또다시 팀을 옮기게 된 엔도는 슈투트가르트에서도 22경기 1골 1도움과 함께 슈투트가르트가 치른 승격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슈투트가르트는 신트트라위던에게 170만 유로 (약 24억 원)의 이적료로 엔도를 완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슈투트가르트의 분데스리가 승격을 함께 하게 된 엔도는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1 시즌부터 22/23 시즌까지, 3 시즌동안 엔도는 출전 가능한 분데스리가 102경기 중 99경기에 출전하며 슈투트가르트의 중원을 지켰다. 안정적인 실력과 꾸준한 출장으로 내구성을 입증하던 엔도를 리버풀의 단장 외르크 슈마트케가 포착했고, 결국 리버풀과 함께하게 됐다.




선수 장점


엔도는 1993년 생이다. 클럽을 떠난 파비뉴가 엔도와 동갑이고, 헨더슨이 겨우 3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엔도가 리버풀의 장기적인 미래가 되진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엔도가 2016년 이후 리버풀이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3번째 (라그나르 클라반, 2020년 티아고 알칸타라에)의 26세 이상 선수라는 점을 주목하자. 그만큼 리버풀도 엔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영입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버풀은 엔도의 어떤 모습에 매료됐을까. 그는 헨더슨과 파비뉴가 떠난 리버풀의 중원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적극적인 경합과 높은 성공률


엔도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한 신체조건을 가졌음에도 볼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과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엔도는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91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26위에 올랐다. 다소 평범한 순위일 수 있지만, 엔도 위에 위치한 선수들 중, 엔도와 같은 미드필더는 단 3명뿐이었다. 적어도 분데스리가 미드필더 기준, 엔도는 TOP 5 안에 들어갈 공중볼 경합 능력을 보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엔도의 공중볼 경합 능력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됐다는 점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지난 3 시즌동안 엔도는 219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했다. 이는 90분당 기록으로 환산하면 3.7회를 시도 중 2.2회 성공으로, 같은 기간 파비뉴( 90분당 2.7회 시도 중 1.5회 승리), 헨더슨 (90분당 1.0 시도 중 0.6 승리), 제임스 밀너(90당 3.0회 시도 중 1.6 승리)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엔도의 볼 경합 승리 횟수 / 출처 -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공중볼 경합 이외에도 엔도의 경합 능력은 상당하다. 분데스리가에서 세 시즌 동안 그는 가장 많은 경합 (1,274회 – 그중 54.6% 승률) 횟수를 기록했고, 두 번째로 많은 볼 소유 (706회)를 기록했으며, 두 번째로 많은 태클을 (207 – 승률 58.5%) 시도했다.


파비뉴, 헨더슨은 리버풀 시절,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스쿼드의 밸런스를 맞췄다. 엔도는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수비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 리버풀은 기존의 티아고와 더불어, 새로 영입한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개막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코디 각포 등 공격적인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 엔도는 전임자들과 같이 스쿼드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다.




균형 잡힌 공수 밸런스


수비적인 역할이 부각되지만 엔도는 공격적인 재능도 뛰어난 선수다. 적어도 분데스리가에서의 엔도는 균형 잡힌 공수 밸런스를 선보였다.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엔도의 공격 시퀀스 참여 데이터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그는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35회의 슛, 39회의 찬스 생성, 55회의 슛으로 구성된 129회의 공격 시퀀스 참여로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는 팀 내 2위였던 크리스 퓌리히가 기록한 102회보다 무려 27회나 많은 참여 횟수였다.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오픈 플레이에서의 기회 창출 횟수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엔도의 공격적 재능은 비단 슈투트가르트 팀 내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22/23 시즌 분데스리가 기준, 오픈 플레이에서의 기회 창출 횟수에서 엔도는 리그 4위에 오르며 자신이 단순히 수비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는 미드필더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 그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선수는 무사 디아비, 자말 무시알라,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하파엘 게레이루, 단 4명이었다.


물론 엔도가 리버풀의 공격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상황이 자주 나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 같은 빅클럽은 수비만 잘하는 반쪽짜리 미드필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팀들은 헨더슨, 파비뉴가 그랬듯이, 엔도 또한 언제든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험과 리더십


헨더슨과 함께 리버풀을 떠난 밀너와 파비뉴 / 출처 - 리버풀 공식 sns


리버풀은 23/24 시즌을 앞두고 클럽의 정신적 지주였던 선수들이 여럿 떠나며 리더십을 갖춘 베테랑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팀의 주장이었던 헨더슨을 비롯해, 파비뉴와 밀너가 클럽을 떠났기 때문이다. 버질 반 다이크, 알리송, 모하메드 살라 등 오랜 시간 활약한 선수들이 남아있지만, 중원에 집중된 베테랑들의 이탈은 리버풀에게 있어 분명 뼈아픈 일이다.


엔도는 이런 리버풀의 중원에 베테랑의 경험과 리더십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일본 대표팀의 중심 엔도 / 출처 - 엔도 개인 sns


그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주장으로 활약했으며, 일본 국가대표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팀의 중심이자 캡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이미 오랜 유럽 생활로 영어에 능통해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을 예정이다.


성실함과 자기 관리 같은 베테랑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할 부분에서도 엔도는 충분히 모범이 될만한 면모를 보여왔다.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3 시즌동안 그는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시간을 (8,783분)를 뛰었다. 분데스리가 기준, 출전 가능했던 102경기 중 그가 결장한 경기는 경고 누적으로 인한 정지와, 코로나 19 감염, 뇌진탕으로 인한 3경기뿐이었다.


클럽과 국가대표 팀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 엔도 / 출처 - 슈투트가르트 공식 sns


2021년 엔도를 슈투트가르트로 데려온 전 슈투트가르트 스포츠 디렉터 스벤 미슬린타트는 엔도를 두고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치를 지녔다”며 그가 클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밝혔다.


그가 곧바로 헨더슨이나 밀너와 같은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걸 바란다는 것은 헨더슨과 밀너가 리버풀에 끼친 영향력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엔도의 리더십과 경험, 성실함은 이적생들과 유망주들로 가득한 리버풀의 중원에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동시에 주장을 맡았던 선수는 흔치 않다.




슈투트가르트 팀원들의 뜨거운 작별 인사를 받은 엔도 / 출처 - 엔도 개인 sns


리버풀의 단장인 외르크 슈마트케가 직접 진행한 영입이라는 사실은 엔도가 리버풀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경기를 지휘하는 클롭 감독 또한 과거 도르트문트에서 함께 했던 미슬린타트에게 엔도에 대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본래 리버풀의 첫 번째 목표는 엔도가 아니었다. 그의 나이는 30세이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적도 없으며, 유럽 커리어 내내 우승을 노리는 클럽에서 뛰었던 선수도 아니었다. 라비오와 카이세도의 잠재력과 나이를 생각한다면 엔도의 영입은 분명 그들보다 훨씬 많은 의문과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라비오와 카이세도는 리버풀 대신 첼시를 선택했다. 두 선수의 영입에 집중했던 리버풀은 시간이 부족했고, 엔도의 영입이 신속하게 진행되면서 겨우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이제 엔도는 미나미노 타쿠미가 실패했던 안필드에서 두 번째 일본 선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리버풀의 아시아 선수에 대한 시선에도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는 라비오, 카이세도와는 달리 첼시를 위해 뛸 의욕이 없어 보이는 선수다. 리버풀에겐 가장 반가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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