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무서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2023년 9월 30일,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 맨시티의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황희찬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버햄튼이 2대1 승리를 거뒀다.
황희찬은 이날 득점으로 시즌 득점을 5골로 늘리며 8 경기만에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골 타이를 이뤘다. 어느새 팀 내에서도 최다 득점자로 올라서며 울버햄튼의 에이스로 완벽하게 올라섰다.
그동안의 황희찬의 득점 기록을 살펴보면 놀랄만한 시즌 초반이다. 황희찬은 21/22 시즌 도중 울버햄튼 합류 이후 시즌 득점 기록이 5골을 넘었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눈에 띌만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잦은 부상과 기복으로 선발과 벤치를 오갔고, 그로 인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23/24 시즌, 황희찬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황소는 어떻게 늑대 군단의 왕이 될 수 있었을까.
황희찬은 본래 ‘황소’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빠른 스피드와 체력을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이는 선수였다. 거기에 많은 활동량과 더불어 뛰어난 체력은 그의 이런 플레이 스타일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황소’와도 같은 그의 강인한 플레이 스타일과는 별개로 황희찬의 신체는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을 견뎌내지 못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거친 리그로 손꼽히는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입단 이후 총 5번의 부상을 당했다. 5번 모두 하체 부상이었으며, 4번이 햄스트링 부상이었을 만큼, 잦은 스프린트와 많은 활동량은 그의 신체에 과부하를 걸었다. 잦은 부상과 재활은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황희찬은 그가 소화했던 이전 2 시즌 모두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을 방지하고 경기력을 유지할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 8월 26일, 황희찬은 또 한 번의 부상으로 3경기를 결장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던 시점이었고, 회복된 황희찬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위 데이터는 황희찬의 그동안의 프리미어리그 시즌과, 똑같이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꾀한 손흥민을 비교한 데이터이다.
첫 번째 데이터는 90분당 슈팅 횟수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23/24 시즌 초반이라 아직 누적된 표본이 많진 않지만, 23/24 시즌의 황희찬이 90분당 2.59회의 슈팅 횟수를 기록하며 21/22. 22/23 시즌의 1.35회, 1.43회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볼을 잡는 위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번째 데이터와 세 번째 데이터는 상대 진영 부근과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90분당 터치 횟수를 나타낸 데이터이다. 울버햄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상대적 약팀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3/24 시즌 황희찬의 터치 횟수 증가는 유의미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23/24 시즌 황희찬의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90분당 터치 횟수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21/22 시즌 손흥민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변화한 플레이 스타일은 황희찬에게 효율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이라는 선물을 안겼고, 이는 자연스럽게 득점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위 장면들은 황희찬의 움직임들을 캡처한 장면들이다. 그가 23/24 시즌 터뜨린 득점을 보면 전부 1~2번의 터치 안에 슈팅으로 가져간다는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장면들은 모두 다른 측면 자원들이 볼을 운반해 역습을 가져가고 황희찬이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마무리를 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장면은 황희찬의 움직임이 득점에 상당 부분 기여한 장면으로 주목할만하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황희찬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맨시티 수비진들은 결국 네투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제대로 대처해 낼 수 없었고, 결국 네투의 크로스는 디아스의 자책골을 이끌어냈다.
이밖에도 울버햄튼은 황희찬이 60분 이상 출전한 3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 득점력에 큰 상승 폭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득점력 향상을 오롯이 황희찬의 영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달라진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분명한 대목이기도 하다.
맨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전, 기자 회견에서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희찬을 “The Korean Guy”라고 부르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희찬을 뛰어난 선수라며 칭찬했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은 황희찬에게 있어 다소 자존심이 상할만한 해프닝이었다.
황희찬은 그런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득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통쾌한 방법으로 복수에 성공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황희찬이 챔피언의 완벽한 리그 출발을 망쳤다”라며 맨시티에게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패배를 안긴 황희찬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맨시티전의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4위에 오른 황희찬은 다가오는 10월 8일,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도 변함없이 골을 노릴 전망이다. 늑대 군단의 왕이 된 황소가 어디까지 질주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