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에서 수많은 영광을 함께 했으며, 챔피언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모았던 뱅상 콤파니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한 시즌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번리의 시즌을 살펴보자.
19/20 - 프리미어리그 10위
20/21 - 프리미어리그 17위
21/22 - 프리미어리그 18위 (챔피언십 강등)
22/23 - 챔피언십 1위 (프리미어리그 승격)
23/24 - 프리미어리그 19위 (챔피언십 강등)
순위 - 프리미어리그 19위 (승점 24점)
득점 - 41 (기대 득점 40.9)
실점 - 78 (기대 실점 71.9)
무실점 경기 - 2
최다 득점자 - 야콥 브룬 라르센 (6골)
최다 도움자 - 다라 오셰이 (4도움)
최다 출전자 - 산데르 베르게 (40경기)
8월 - 1승 2패
9월 - 1승 1무 3패
10월 - 1승 3패
11월 - 4패
12월 - 2승 1무 4패
1월 - 1무 1패
2월 - 1무 4패
3월 - 1승 2무 1패
4월 - 1승 3무 1패
5월 - 3패
직전 5경기 1무 4패로 처져있던 와중 쉽지 않은 상대인 브렌트포드를 터프 무어로 불러들여 승리를 거뒀다. 브렌트포드의 레길론이 전반 9분 만에 퇴장당하는 호재가 발생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라르센이 레길론의 퇴장과 함께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후반에 포파나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터프 무어에서 에버튼을 맞이했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2 완패를 당했다. 중원이 힘을 발휘하면서 62%라는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0.71점에 그치는 기대 득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유의미한 결과로 치환하지 못했다. 오히려 오나나와 마이클 킨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후 시즌 막판, 에버튼 원정에서 또다시 패배를 당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19위 팀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라녜트 무리치의 활약이 더욱 빛이 났다. 무리치는 22/23 시즌 번리의 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이었음에도 23/24 시즌 내내 제임스 트래포드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줬었다.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무리치는 이후 선방률 80%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번리의 골문을 지켜냈다. 만약 콤파니 감독이 조금 더 일찍 무리치를 기용했다면 번리의 잔류 확률은 조금이나마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 무리치는 아직 번리와 2년 더 함께 할 수 있다. 1998년생으로 나이도 젊다. 적어도 챔피언십에서만큼은 번리의 골문은 단단할 것이다.
챔피언십을 지배했던 콤파니 감독의 축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다. 챔피언십 기준 22/23 시즌 평균 점유율 64.7%를 기록했던 번리는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평균 점유율 47.4%에 그쳤다. 본인들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자연스럽게 성적은 떨어졌다. 너무 빠른 승격이 독이었을까. 승격 직후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점도 아쉽다. 프리미어리그는 점점 상향 평준화 되고 있다. 챔피언십 우승팀이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콤파니 감독과 번리는 원래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챔피언십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23/24 시즌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콤파니 감독의 지도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선수 시절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았으며, 벨기에에서부터 성공적이었던 그의 감독 커리어는 번리의 23/24 시즌에 많은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시즌 전의 스포트라이트와는 달리 프리미어리그의 벽은 견고했다. 번리는 시즌 막바지, 같은 강등권의 셰필드를 4대1로 대파,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며 생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전부 패배하면서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콤파니 감독은 시즌 종료 후 바이에른 뮌헨과의 루머가 지속적으로 나고 있는 중이다. 현실적으로 번리가 콤파니 감독을 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비록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유럽에서 주목할만한 유망한 감독으로 손꼽힌다. 선장을 잃는다면, 배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번리의 여름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