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병산서원앞 정원에도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었다.
“이곳 만대루(晩對樓)는 중국 당나라 시성 두보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에서 따온 말입니다.
‘푸른 절벽은 저녁 무렵 마주하기 좋으니(취병의만대翠屛宜晩對)’라는 구절에서 만대(晩對)를 따서 병산서원 만대루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녁 무렵 만대루 누각에서 바라보면 서쪽 하늘이 노을에 의해 붉게 물들며 펼쳐지는 경관이 아름답기 그지없고 서원 바로 앞 낙동강과 모래사장마저 붉은빛으로 감돌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답니다.“
시성 두보가 왜 백제성루에 올라 시를 지었을까? 여기에는 삼국지연의 소설에 등장하는 촉나라 황제 ‘유비’와 관련 있다.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펼쳤던 유비는 만년에 조조에게 대패한 후 이곳 백제성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 백제성에 올라 두보는 촉 황제 유비를 생각하며 패망한 나라와 세월의 무상함을 회상하며 이 시를 지었다.
만대루가 있는 안동 병산서원이 요즘 붉게 물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붉다. 이달(7월) 중순부터 배롱나무꽃이 만발해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병산서원에는 복례문 앞과 존덕사 주변에 배롱나무가 많다. 50여 그루는 충분히 된다. 서원 입구인 복례문 앞의 작은 배롱나무는 심은 지 15년 된 어린나무다. 나무는 작지만 붉은 꽃이 나무 꼭대기까지 가득 찼다. 마치 붉은 꽃송이를 나무 위에 소복이 뿌린 듯하다.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신 존덕사 사당 앞은 더 붉다. 존덕사 배롱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400년 가까이 됐다. 아직도 붉은 꽃을 가지마다 가득 피운다. 붉은 배롱나무 위에 하늘이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마치 가을 하늘과 구름을 보는 듯하다.
배롱나무꽃은 7월부터 9월을 넘어 100일 정도 핀다. 한번 피어서 백일 동안 가는 게 아니라 피었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마을 주민들은 한 5번 정도 피고 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백일홍이라고 불린다. 또 '선비화'라고도 한다. 투박한 껍질이 벗겨지면 매끈한 속살을 가진 줄기가 나온다.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느라 겉모습은 거칠어도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선비와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아시다시피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배롱나무꽃이 붉은 것은 마치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하느라 온몸을 다 바친 서애 선생의 붉고 붉은 일편단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왜적을 맞아 전쟁을 지휘하고 백성을 돌본 선생의 붉은 마음이 꽃으로 피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한여름을 맞아 매일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도 이곳 병산서원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배롱나무꽃이 만발한 병산서원을 찾아보자! 이왕이면 저녁놀이 질 때쯤 서원을 찾으면 더욱 좋겠다.
배롱나무꽃이 만발한 병산서원 주변 사진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