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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젖 물린 네덜란드 엄마

하회마을에서 만난 사람 사는 이야기

by 호서비 글쓰기

"welcome to hahoe!(하회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제(29일) 오전 10시 반쯤 젊은 외국인 부부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서 내가 해설하기 위해 서 있는 하회마을 관광 안내판 앞까지 왔다.


"마을 안내도를 설명해 줄까요?"라고 넌지시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안내판 옆에 있는 그늘진 벤치를 잠시 이용하고 싶단다.


그리고 젊은 엄마가 유모차 지붕을 열고 자그마한 여자아기를 덥석 안는다. 아주 귀엽고 예쁜 백인 아이였는데 이 아기는 안내판 오기 전부터 계속 울었다. 울음소리가 하도 커서 나도 '무슨 일이지'하고 눈여겨보는 중이었다.


아이가 심하게 보채자 젊은 부부는 잠시 쉴 곳이 필요해서 벤치를 원했던 모양이다.


"아기가 몇 살이에요?"
"이제 9달 됐어요. 그런데 좀 커요."


작고 통통한 아이는 계속 칭얼대며 보채면서 엄마 품에 안긴다.

그때 엄마는 벤치에 앉더니 대뜸 가슴을 열고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 얼굴을 계속 쳐다보고 있던 나는 순간 당황하며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얀 젖가슴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밀며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엄마는 바로 옆에 있는 나에게 비켜달라고 요구하거나 당황하지도 않았다.

예쁘고 귀여운 아기가 엄마 젖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where are you come from?(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당황해서 아빠에게 말을 붙이니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란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 아빠에게 마을 안내판을 잠시 설명하며 순간을 모면했다. 현재 위치에서 100m쯤 가면 삼신당 신목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라. 양진당, 충효당을 꼭 가보라 등 콩글리시(나는 한국어 해설사이다.)를 동원해서 겨우 설명을 마쳤다.


그렇게 보채던 아기는 평온을 되찾고 '방긋방긋' 웃는다. 배고픔이 사라진 모양이다.


"아기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하고 양해를 부탁하니 아빠가 아기를 번쩍 안아 들고 포즈를 취해 준다. 아기는 기분이 좋아 손가락을 빨면서 '헤헤~'하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아빠 품에 안긴 네덜란드 아기. 사진 찍어도 좋다고 하면서 대뜸 아기를 안아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요즘 안동의 한낮 최고기온은 35도를 넘나든다. 오전이라고 하지만 30~32도이다.


며칠 계속된 열기로 아스팔트는 맨손으로 짚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더욱이 하회마을은 그늘이 적어서 걷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 더위 속에 네덜란드 부부는 1000km도 넘는 머나먼 나라 한국에 휴가를 왔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하회마을을 찾았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일인가? 하회마을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인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일이다.


오전 해설을 마치고 해설사 사무실에서 네덜란드 부부가 개방된 장소에서 젖 물리며 아이 키우는 모습을 이야기했다.


다들 무척 반가운 일이라면서 맞장구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폭염 속에 다녀야 하는 아이의 건강이 걱정됐다.


하회마을에는 '삼신당 신목'이 있다. 하회마을과 역사가 같은 600살이 넘은 오래된 나무이다.


예로부터 우리 가정 민간 신앙에서 자녀를 점지하고 가족 건강을 지켜주는 '삼신 할매'가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삼신당 신목'이 '삼신 할매' 역할을 한다. 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준다.


나는 네덜란드 부부와 아이가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히 돌아가서 쑥쑥 잘 클 수 있도록 '삼신 할매께서 도와주십사'하고 빌었다. 하회마을에서 만난 사람 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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