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회(河回)는 물돌이다.
하회(河回)는 물돌이다.
물 河에 돌 回, 물이 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한국 유교 전통문화마을인 하회마을의 이름에서 거창한 의미를 기대하고 왔는데 그냥 물이 돌아가는 마을이라고 하면 "에~ 그래요" 한다.
이 물은 낙동강이다. 낙동강이 동남쪽에서 들어와 서쪽을 지나 북쪽으로 빠져 나간다. S자 모양으로 하회 땅을 휘돌아 나간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발원해 강원도를 지나 경상도 봉화, 안동, 상주, 대구, 부산까지 이어진다. 낙동강 1,300리가 여기서 나왔다. 현대 길이로는 510km, 남한에서 제일 긴 강이다.
이 강물 위에 떠 있는 마을이 하회다. 마치 배가 물 위에 떠있듯이 이 마을 땅을 배로 보고 '行舟'형 마을이라 한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란다. 배가 전진하듯 마을은 항상 앞으로 나가며 발전하는 모습이다.
이 하회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 양동마을과 같이 등재됐다.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한국의 가장 전통마을로 알려지면서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하회마을은 6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고려말 조선초에 형성됐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건국이 1392년이니 그 이전인 1300년 중반이나 말에 이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회마을 입구에 김해 허씨와 광주 안씨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 류씨 배판’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을 안쪽은 사람이 살지 않은 불모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풍산읍에 살던 류 씨 한 분(입향조 류종혜)이 이 터를 보고 자손 만대로 살아가는 길지로 보고 여기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 지은 집이 지금의 양진당(養眞堂)이다. 당시에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세우면 쓰러지고 세우면 쓰러지는 일이 반복하여 입향조가 많은 고민을 했다.
왜 기둥이 쓰러질까 고민하던 입향조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서 하는 말씀이
“야 이놈아, 니가 이 좋은 땅에 공짜로 들어오려고 하나? 자손만대 길이 살 수 있는 땅에 들어오면서 아무런 보시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오면 되나?”
선생은 신령의 계시에 따라 마을 입구에 관가정(觀稼亭)이란 정자를 짓고 지나는 과객이나 마을 주민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필요한 물건을 희사하는 등 적선을 쌓았다고 한다. 이 적선이 3년을 이어진 후 드디어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하회마을에 첫 터전을 마련하고 선생은 마을 중간쯤 가장 높은 곳에 느티나무를 심었다. 이 느티나무가 지금까지 살아있다. 마을에서는 고목이 된 느티나무를 ‘삼신당 신목’으로 모신다. 그럼 이 나무가 600살이 넘었다는 얘기로 보호수 표지석에 1982년에 600년 수령으로 기록돼 있으니 지금은 640살이 넘은 아주 오래된 고목이다. 이 고목은 키가 아파트 4층 높이에 둘레가 10m쯤 된다. 속이 텅비고 새까만 구멍이 크게 있어 신이 깃든 나무처럼 보인다.
여기서 삼신은 ‘삼신 할매’이다. 예전에는 한국의 민간신앙으로 각 가정에서 ‘삼신 할매’를 모셨다. 자녀를 점지해주고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가정 신이다. 삼신당 신목은 이 마을에서 ‘삼신 할매’역할을 한다. 마을 주민들의 자녀를 점지하고 건강을 지켜준다. 삼신은 태어남과 성장함과 죽음 등을 지켜 본다.
삼신당 신목에 들어가면 새끼줄이 쳐져 있다. 이 새끼줄은 나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금줄이다. 금줄에는 흰 종이, 한지 수만 개가 묶여있다. 이 한지는 소원지이다. 소원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의 얘기에 따르면 ‘소원 세 개를 써서 걸어두면 한 가지는 꼭 이뤄진다’라는 속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삼신당 신목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막걸리나 음료수를 바치거나 양반탈 불전함에 돈을 넣고 손을 합장하며 기원하는 사람도 많다.
삼신당 신목을 들어가는 골목길은 매우 좁다. 두 사람이 교행하기 힘들고 골목길을 힐껏 보면 골목뿐,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관광객이 지나치기 일쑤이다. 골목길에서 20m쯤 들어가야 삼신당 신목을 볼 수 있다. 해설사들은 관광객들에게 꼭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이 마을이 생긴 유래를 알 수 있는 유적 자료이기 때문이다.
사실, 하회마을에서 볼 수 있는 유적은 기와집과 초가집뿐이다. 어느 날 한 관광객이 큰소리로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하회마을에 오니, 볼 게 하나도 없다. 초가집, 기와집뿐이다. 여기 뭐가 좋다고 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하회마을에 뭐 보러 오셨나요? 기와집, 초가집 보러 오신 게 아닌가요?“
하회마을에서 기와집, 초가집을 제외하면 볼 게 없다. 유일하게 거대한 고목인 삼신당 신목이 있을 뿐이다.
삼신당 신목을 본 후 다시 골목길을 되돌아 나와서 양진당과 충효당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