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오후, 필자가 사는 아파트 뒷동산에 올랐다.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오르는 야트막한 야산이다. 한 30분 동안 왔다 갔다 하면 등에 땀이 날 정도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도 매화꽃과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는데 벌써 매화는 꽃이 지고 초록빛의 잎사귀만 남았다. 벚꽃도 떠날 채비를 하고 바람에 꽃잎을 날린다.
매화, 벚꽃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복사꽃이 달랜다. 붉디붉은 꽃잎 속에 암술, 수술을 내밀고 꿀벌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차디찬 겨울바람을 이기고 이제야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모양이다.
4월도 초순을 지나면서 뒷동산의 수목들도 옷을 갈아입는다. 겨울 동안 검었던 줄기 사이에 초록빛이 감도는 새싹이 나고 산길에는 작은 꽃들도 얼굴을 내밀고 자신도 살아있다고 알린다.
"이건 동의나물이야!" "이건 싸리나무꽃이야!"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노란 꽃을 보고 '동의나물'이라고 아는 척했다. 근데 인터넷 꽃 검색에서 '물양지꽃'이라고 한다. '싸리나무꽃'이라고 말했는데, 찾아보니 '조팝나무꽃'일 확률이 88%란다. 이름을 제대로 아는 꽃이 없다. 애기똥풀꽃도 노란색이다. 정말로 노랗게 싸놓은 '애기똥'같다. 꽃 이름을 알고 꽃말을 안다는 건 지식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