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렌징 크림 바르고 온종일 돌아다니다.
저만 구분하지 못하나요?
얼굴에 뭐를 바른다는 게 참으로 힘들다. 그동안 아침에 세수하고 스킨로션 정도 발랐지만 요즘 아내로부터 ‘이것 발라라, 저것 발라라’하는 지시를 많이 받는다. 물론 옆에서 일일이 다 챙긴다.
며칠 전 1박 2일 교육 일정에 따라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내가 가방 속에 이것저것을 넣어주면서 세수하고 바르라고 한다. 물론 집을 나설 때 스킨로션과 선크림 등을 발랐으니 당일에는 다시 바를 일이 없다.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세수하고 스킨로션을 발랐는데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세수하고 아내가 준 손가방에서 크림을 발랐다. 꾸덕꾸덕하고 하얀 크림이 온 얼굴을 뒤덮었다. 마치 흰 도화지에 크레용을 떡칠하듯이 크림이 얼굴에 발라진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모두 닦았다. 그래도 크림이 얼굴에 일부 남아있어 살살 문질러 폈다. 꼼꼼하게 잘 발랐다고 생각했다. 지난봄 야외 운동 때 선크림을 진하게 바른 경험이 있어서 그때와 같거니 싶었다.
그리고 이틀째 활동을 이어갔다. 마치 얼굴에 기름을 바른 듯한 느낌이 계속 이어져 ‘선크림의 효과가 오래 유지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오늘 선크림이 지난봄에 바른 것처럼 온 얼굴이 하얗게 돼서 사람들이 놀랄까 봐 싹 지우고 남은 크림을 얼굴에 폈다”라고 했더니 뭔가 이상한 듯이 쳐다보고 어느 것을 발랐냐고 되물었다.
“이거.”라는 순간 아내는 깔깔 웃었다. “이건 선크림이 아니고 클렌징 크림이야”라고 했다. 순간 이걸 선크림으로 여기고 밖에서 그냥 돌아다녔다면 보는 사람마다 깔깔거렸을 것을 생각하니 ‘아.’하는 한숨이 나왔다.
사실 나는 세수할 때 클렌징 크림을 쓰지 않는다. 그냥 일반 비누를 사용한다. 선크림도 잘 바르지 않는다. 모처럼 1박 2일 일정에 아내가 선크림과 클렌징 크림을 챙겨줬는데 선크림 튜브와 클렌징 크림 튜브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봄 진한 선크림을 발라본 탓에 이번에도 그렇거니 했을 뿐이다.
그런데 클렌징 크림과 선크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저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