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항상 눈 맞추고 'Hello', 'Bye' 인사하는 동환이!
처음 만났을 때, 나와 눈 크기가 비슷하다면서 누가 큰지 재보 자며 커다란 눈을 얼굴 가까이에 대주던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며칠 전 저녁 무렵, 수업 중 동환이는 내 옆에서 단어 시험을 치고 있었고, 나는 학생들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아뿔싸! 그것은 나의 배꼽시계가 울리는 소리였다. 바로 옆에 있던 동환이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시험을 치다 말고 벌떡 일어서서
자기 가방을 들고 오는 게 아닌가!
"동환아! 뭐해? 아직 갈 시간이 아닌데?"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환이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건 앙증맞은 '초코우유와 포켓몬빵'.
"선생님! 배고프시니까 이것 드세요. 저는 집에 가서 저녁 먹으면 돼요."
"아니야, 이건 동환이가 부모님 퇴근하시기 전에 먹을 간식이잖아. 선생님은 괜찮아." 하고 돌려주려고 하니 극구 사양했다. 자기는 배가 안 고프니까 늦게까지 수업해야 하는 선생님께서 드시라고...
요즘 아이들은 하루에 3~4개씩 학원을 다니는데 바빠서 간식 먹을 시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동환이도 예외는 아니기에 평상시 학원에 도착하면, 별도의 공간에서 간식을 먹고 수업을 하곤 했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아이가 준 빵과 우유를 선뜻 받기가 어색했다. 나의 배꼽시계 소리가 시험에 집중하던 아이에게 방해를 준 것 같아서, 미안하면서도 살짝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린애이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동환이의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불현듯 동환이 어머님과의 첫 상담이 떠올랐다. 동환이가 태어나고 4~5세 무렵까지 부모님들이 바쁘셔서 시골에 계신 할머님께 맡겨졌고, 주말마다 만나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더 따랐다는 얘기를 ...
그 후 유치원 다니면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동환이는 할머니와 헤어지면서 분리불안과 소아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인지 동환이의 눈은 유독 슬퍼 보이고 한 번씩 감정의 기복이 심해 보였다. 입회 후 몇 달이 지났지만, 매일매일 수업을 마치면 항상 아버님께서 동환이를 마중 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슬퍼서 수업하기 싫다고 하고, 또 어떤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는 동환이. 그런 아이에게 나는 과할 만큼 사랑과 관심을 쏟아부어 주었다. 왜냐면 평상시 나의 학원에 오는 아이들은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영어 교육뿐만 아니라 '사랑'을 듬뿍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헤어스타일 변화, 이 빠진 모습, 훌쩍 자란 키, 건강 상태 등.
늘 관심 두고 물어봐 주고 칭찬해 주는 모습을 보고 어느 날, 동환이가 나에게 "선생님은 부모님도 아닌데 왜 모든 아이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으세요?"라고 물었다.
나의 대답은 "왜냐면 우리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가는 것이니
물어봐 주고, 걱정해 주고, 챙겨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말의 의미를 알아들어서일까?
평상시에도 헤어질 때
"선생님, 사랑합니다"❤하고 인사한 후 포옹하는 아이!
선생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듣고 자기의 간식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동환이의 따뜻한 그 마음이 하루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