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 Jan 09. 2024

홀로서기

오랫동안 이렇게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왜 못했나 의아한 밤입니다. 무엇을 또 누구를 의지하려 했는지, 음악 외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던지, 뭐가 두려워 먼 길을 돌아온 건지, 여러 이유로 그 한 겹의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신곡을 발표하면 정신없이 언론 매체 인터뷰다 티비 출연 또 라디오 생방이다 행사다 꽃단장하고 돌고, 수고해 준 매니져와 회사 분들과 북적이는 연말연시였을 테지만 이번 겨울의 생경함, 뭔가 난생처음이라 기분이 새롭고도 좋습니다. 하하. 발매가 된 지 이제 곧 한 달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서 좀 허무하기도 하고, 혼자서 유통 계약을 하고, 기사를 내고, 여러 행정 업무에 발 동동 구른 시간이, 이것이야말로 기름기를 쫙 뺀 성장 아닌가 싶어 신기하고 스스로 뿌듯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틱톡에선 나름 유의미한 수치가 나와 앞으로 나갈 동력도 얻은 것 같습니다.


전 소속사에서 지난 2년간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해 커리어의 존속 여부를 걱정할 때, 전혀 다른 직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꿔보기도 했지만 결국 도달한 결론은 역시 가수로서의 저를 다시 찾고 싶다였습니다. 

꾸기만 하다 지쳐버린, 내가 되는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시기절적하게 필요한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 들어가는 듯 어느새 새로운 조력자들도 곁에 든든히 서 있더라고요. 

우연히도 늘 함께 작업하고 싶던 멋진 프로듀서를 만나 그 친구가 ‘ 제로에서 시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 , ‘ 인디 마인드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 ’ 라며 웃어 주길래 , 저도 덩달아 힘을 빼 보기로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학생 때처럼 대중성이나 마케팅 걱정 않고 ‘그냥 하는 ’ 태도, 또 음악에 대한 첫사랑을 다시금 일깨워준 그 친구 특유의 순수하고 무겁지 않은 flow 에 영향을 받아 후딱 완성하고, 늘 뒤에서 묵묵히 견뎌주는 ㅋㅋ 동생네 아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등을 마무리해 주었네요.


이은진으로 산 시간보다 가수 양파로 산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진 지금에 와서야 진짜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에요. 생각해 보면 홀로서기는 결코 홀로 서는 게 아니라 같이 서야만 가능한 거더라고요.

그걸 가능하게 해 준 내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포옹을 보냅니다.

>> 그 홀로서기 완성의 방점인 당신들 포함인 거 알죠?


무엇보다 이 페이스 유지하며 올해엔 정규앨범을 들려 드리고 공연까지 마치는 게 꿈이네요!

방탄에게는 아미가 있지만 저에게는 ypfam 당신들이 있습니다. 크하하하

월간까지는 아니라도 계절이 바뀌는 사이 하나씩 띄우며 간과 맷집을 기를 생각입니다.


다시 평범히 노래하며 사는 이은진으로 돌아갈 테니까.

지켜봐 주라고요.


새해 봉마니.

작가의 이전글 나의 지금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