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를 입양한 지 약 1년쯤 지났을 무렵, 우리 가족은 햇살이 잘 드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버터가 주로 지낼 거실은 더 넓어졌지만, 매일 혼자 우두커니 집사의 귀가를 기다리는 버터의 공허함도 그만큼 더 커진 것만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미아의 입양 홍보 글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입양 홍보 글을 별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그날따라 알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려 바로 미아 임시 보호자분께 연락을 드렸다.
미아는 수원의 한 번화가 건물 지하 계단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보통 동네 고양이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은 최초 발견자분께서 고양이 실종 전단을 붙였고, 다행히 미아 집사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미아 집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아를 파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마 다른 나쁜 집사들처럼 단순 변심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는 물건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그 사연을 듣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아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미아가 우리 집에 온 뒤로 버터도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넓은 거실은 더는 버터에게 공허한 공간이 아닌 미아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내가 버터에게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미아가 대신해 주는 걸 보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미아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금처럼 우리와 함께 늘 행복한 추억을 쌓아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