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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한시십오분 Dec 13. 2022

열여섯 번째 심상.

조각난 일상의 파편이 일그러진다.

사용 프로그램 : CInema4D, Redshift, AfterEffects


조각난 일상의 파편이 일그러진다. 

부르튼 손가락으로 주워 담으려 해도 

사이로 비껴가거나 여린 살을 파고든다. 

여느 때처럼 상처 투성이로 하루를 장식한다. 

깨진 단편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어제와는 다를 거란 자조 섞인 다짐에도, 

오늘따라 내쉬는 한숨이 깊다.




  단조로운 일상에 감미료를 바랄 수 없다. 내 하루는 운동과 공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일과다. 그러나 퇴사를 하며 얻은 사람에 대한 불신과 번 아웃의 뿌리는 깊숙하다.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조성하는 데에 거부감이 먼저 떠오른다. 떨치고 싶어 도망친 과거와 연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울렁인다. 보다 나은 미래를 형성하기 위해 나를 성장시켜야 했다. 내게는 네트워크나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믿을 건 자신뿐이었다. 오로지 건강을 유지하고 능력 향상에 집중했다.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음식 등을 참아가며 단순한 일상을 반복했다. 간혹 심적으로 과부하가 올 때면 머릿속이 생각으로 뒤얽힌다. 이럴 때면 세상은 부정적인 색으로 번진다. 


  작문은 얽힌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부여한다. 생각이 과중하면 미래에 대한 비관에서 현재에 대한 자책까지 이어진다. 방치하게 되면 나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자존감의 상실이 발현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축적된 사고를 정리하는 데에 글을 쓴다. 쓰라린 일상에 처방약의 기능을 한다. 얼기설기 속을 꺼내어 정리하고 다시 표현하는 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한 부분이지만 타인 그리고 과거와 차이를 나타낸다. 


  남들과 상이한 하루에서 불규칙한 통증이 느껴진다.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움을 시도하고 구현한다. 고정적인 수입은 없다. 일반적인 직장인과 다른 일과는 조바심을 재촉한다. 새로운 일터를 구하려 해도 불안감으로 인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결국 단조로운 일상에 몸을 던지고 느껴지는 통증을 만끽한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하루는 점차 현실을 조각낸다. 부서진 나날들은 완전한 미래를 구축할 수 없다. 이 사실을 인지하거나 외면하면서 아픔은 다르게 다가온다. 글은 아주 잠시 동안의 피안이다. 조금이나마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지난날을 반성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조각난 파편들을 주워 어제와 오늘을 잇는다. 이어지는 고통을 마주하고 분실한 자신을 조금씩 되찾는다. 밝지만은 않지만 사뭇 어둡지도 않은 앞날을 위해서라도. 


조각난 일상의 파편이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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