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똑같은 깊어진 밤의 풍경.
무심코 지나쳐버린 희미한 어제와
암막으로 둘러싸여 보이지 않는 내일.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다
나아진 것 없이 숨만 가쁜 매일.
수년간 똑같은 깊어진 밤의 풍경.
어두운 방 한구석, 작게 우는 너의 모습.
그런 네가 훗날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 있기를.
외로움은 감정의 범주에서 벗어난 개념이다. 희로애락을 1차적인 감정으로 범주화하고 각 감정이 특수한 조건을 충족해 발현된 환경으로 간주한다. 보통 혼자가 되어 느끼는 슬픔, 고통 등 부정적으로 표현된다. 외로움을 느끼는 개인에게는 동정 어린 시선을 부여받고 관계 수립을 권하는 처방을 내린다.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사회에서 고립되었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어쩌면 병적인 사회의 일면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구성원 간의 화합만이 올바른 해답일 수 있을까. 한 가지 인식으로 국한된 현상이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외로움은 곱씹을만하다. 입안에 가득 머금을수록 씁쓸하지만 깊은 단맛이 어우러져 있다.
적막이 가져오는 고독을 좋아한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기는 소리, 과열되는 팬 소음, 삐걱거리는 의자, 무질서하게 노출되는 타인의 대화 등 자그맣게 괴롭히는 요소가 많다. 이들로부터 벗어난 외로움을 선호한다. 낮게 깔리는 공기를 음미하며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를 즐긴다. 누군가로부터 간섭은 없다. 오직 내가 나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 나를 마주하고 눈을 돌렸던 감정을 수용한다. 한껏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건 중독되리만큼 잔혹하다.
’혼자‘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세간의 이해처럼 외로움을 병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었다. 홀로 힘들게 발버둥 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매 밤 똑같은 방의 천장을 바라보며 처지를 한탄했다.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봤지만 답을 찾긴커녕 더욱 힘들어졌다. 결국 외로움에 삼켜졌다. 고독 안에서 바라본 시선은 내 세계를 바로잡았다. 수년간 지켜본 똑같은 방의 풍경은 변함없이 노력을 해 온 증거였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겪었던 많은 슬픔과 고통은 안온함으로 승화됐다. 내게 외로움은 수습해야 할 사항이 아닌, 자연스럽고 필요로 하는 환경이다. 오늘 밤도 여태껏 지켜봐 왔던 방의 풍경을 맞는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한다. 다시 돌아올 내일의 고독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수년간 똑같은 깊어진 밤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