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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한시십오분 Jan 31. 2023

서른 번째 심상.

내일은 내가 만드는 최상의 작품이다.

사용 프로그램 : CInema4D, Redshift, AfterEffects


잠은 오지만 잠에 들지 않는 새벽에 

창 틈새로 노란 가로등 빛이 새어난다. 

내일을 체념하며 나를 죽인 어제와 

무정하게 적어 내렸던 오늘까지도 

눈을 감아 보이는 달빛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내 길을 향해야지. 

내일은 내가 만드는 최상의 작품이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내일도, 다음 해도 필연이란 이름으로 다가온다. 자정이 넘어가는 새벽에서야 잠자리에 든다. 이대로 잠이 들면 낮에 눈을 뜰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달콤한 꿈에서 부유하는 느낌에 중독될까. 결과가 빤히 보이는 기시감에 적셔진 내일을 거부할까. 의지와 달리 돌연히 심장이 멈추지 않을까. 눈을 감고 있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무거운 눈은 밝은 햇살을 받아들인다. 온갖 생각으로 뒤덮인 새벽이라도 내일은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하루가 쌓이고 쌓이면서 어느새 한 해가 지났다. 마주할 수 없을 것 같던 내일은 몇 번이고 곁을 스쳤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밤은 무척 크게 보였지만 이따금씩 돌아보면 하나의 작은 점이곤 했다. 첫눈으로 맞이하는 오늘은 어제를 위로한다. 


  거울에 보이는 게 내 모습임을 자각한다. 비전공자란 어려운 길은 내가 택한 결과다. 디자이너를 제외한 수많은 선택지가 내 앞에 놓여 있었지만 직접 손을 뻗어 쥐어 잡았다. 창작에 대한 열망과, 지금은 옅게 기억나는 작은 꿈으로 시작했다. 비록 오늘의 모습이 바라왔던 풍경은 아니었지만, 비루하고 초췌한 몰골이 눈동자에 비치더라도 그건 나의 모습이다.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기억 한구석에 먼지 쌓인 위안을 끄집어낸다. ‘괜찮을 거야.’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불안과 우울에 지배되는 날이 적지 않다. 그런 하루일수록 눈앞에 놓여있는 일에 집중한다. 운동이라면 운동, 작업이라면 작업에 몰두한다. 연쇄적인 생각에 빠지면 감정은 더욱 짙어진다. 직접적인 해소는 할 수 없지만 그저 해야 할 일을 한다. 더 나은 내일, 달라지는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들어야 한다. 언제나 같은 새벽을 맞이하겠지만 내일을 마주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 걷고 있는 이 어둠은 언젠가 걷힐 그늘이다. 빛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한다.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이 거대한 차양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로하며 피어나는 작은 기대는 내일을 마주할 수 있게 만든다. 피부에 스며들었던 우울의 색도 점점 살갑게 느껴진다. 오늘의 새벽도 나를 이루는 작은 점이 되기를 바라며 눈을 감는다. 


내일은 내가 만드는 최상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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