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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샘 Feb 28. 2023

22년 교단일기: 놀고 싶은 자들은 복도에 모인다

6학년 담임선생님들은 어느 정도는 엄격한 면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반의 위계가 잘 안 잡힌다.

교사가 기어오르는 자들은 누르는 엄격함을 보여줘야 반의 조용한 자들이 보호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부드럽고 공정해야 한다.

엄격하기만 하면 사춘기 아이들 반발한다.

아동학대 고소 위협도 함께 따라온다.

따라서 엄격함과 부드러움, 공정함의 밸런스가 중요한데..

아무튼 극한직업! 박봉과 고된 정신노동.

교실 안은 엄격하고 부드럽고 공정한 담임선생님들이 지키고 있으니

어느 순간 놀고 싶은 자들이 복도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반 앞 복도 말고, 구석에 있는 계단 쪽 복도에..

사각지대같이 있어서 여기까지는 담임선생님들의 사랑의 레이더망에 안 걸린다고 생각하며 해방감에 가는 듯싶다.

하필 계단 옆 반 당첨인 치즈샘!

여기에 각반 애들이 모이며 여러 장난 겸 사고를 치므로

수시로 가서 사랑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기도 사랑의 레이더망 안이라는 것을 다른 반 아이들에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

가끔 의자도 가져다 놓고 앉아있다.

학교에서 할 예정인 카드게임 서걱서걱 자르며 사랑의 눈길을 보내는 평화로운 쉬는 시간.

사랑의 눈길을 보내며 보드게임 가위질 하고 있으면 학생들이 여기가 더 이상 사각지대가 아님을 알고 떠난다. 잘 가라. 각 반 담임선생님들의 사랑의 레이더망 안으로..


각반으로 돌아가렴~ 각반 담임선생님들의 사랑의 레이더망 안으로 돌아가려무나..


... 제발... 나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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