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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구름배 Apr 20. 2023

오만과 편견

류블랴나, 블레드호수 in 슬로베니아

나 홀로 걷는다.

가족들은 다른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느린 산책은 찰나의 기쁨이 곳곳에 있다.

숲에서 나는 풀향, 새소리, 피부에 와닿는 바람결은 순간순간 불안정하지만 분명 기쁨이다.

초반 느린 산책은 생각이 많아지고 누군가와 간절히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솟는다. 그만큼 몸에 여유가 있다는 거다.

그렇게 여유 부리다 빨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꽤 먼 거리라 뛰듯 걷는 듯 경보 수준의 걸음을 시작했다.  갓 들어온 군인처럼 두 팔과 두 다리는 허공을 크게 가로지르며 걷는다.

그렇게 파워 워킹으로 꽤 오랜 시간을 걸으니,

발바닥과 허리가 내 몸의 주인이 된다.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중력을 이겨내고 반백 키로를 들어 올리는 두 다리가 새롭게 보인다.

또, 발가락과 발등사이 접히는 부분이 펴졌다 접히며 수만 번을 애쓰고 있는 걸 발견한다. 40년 넘게 몰라봤던 녀석이라 더욱 기특하다.

오랜만에 오래 걸어서일까.

막판 가서는 고통이 찌릿찌릿 올라온다.

기계적으로

골반뼈가 나를 이끌고, 발바닥이 밀어 올려준다.


그 순간 

나는

물질된다.

지금껏 정신이 육체(물질) 보다 우선한다고 믿어왔다.
오만이었다.

그걸 깨닫게 해 주려고
(김기사가) 나를
이 먼 곳에 떨궈주고 갔나 보다.ㅋㅋ

샴쌍둥이처럼 뿌리는 하나, 몸통은 여러갈래인 나무를 만나, 몰~래 올라타고 싶었지만 꾸욱 참는다./ 물감으로 백조 그린 후,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펴면 딱 이런 모양 나올텐데ㅋ
류블라냐는 유럽 도시 중 분리수거 1등감! 거리에서 일반쓰레기를 버리려면 특정카드가 필요하다. 쓰레기 한움큼 쥐고 다님ㅜ /골룸들이 귀엽게 난동피우는 걸 보니 집시들의 놀이터인듯!


♡ 차에서 사는 4 가족의 유랑 경로 ♡

한국 출발(22.08.19) -러시아 횡단(김기사만)-핀란드(여기부터 네 가족 다 함께)-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독일-네덜란드-다시 독일-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튀르키예 -조지아-튀르키예-불가리아-북마케도니아-알바니아-몬테네그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20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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