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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Aug 12. 2023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한국 영화 빅3

한국 여름 영화 빅3 리뷰


7월 말부터 8월 초에 이르기까지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한국 영화가 연속으로 개봉하였다.


7월 말에 <밀수>를 시작으로 <비공식작전>과 <더 문>이 개봉하였고 이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까지 공개되었다. 이 중에서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은 함께 영화 리뷰를 하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따로 글을 쓰고자 한다.


<밀수>


<밀수>는 시원하게 호쾌하다. 여름철 영화관에서 딱 보기 좋은 영화이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되면 배우 투톱 영화가 종종 나오곤 하는데, 작년에 <헌트>가 있었다면 올해는 <밀수>가 있다. 김혜수와 염정아 둘이서 탄탄하게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두 배우의 팽팽한 기싸움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이 흐른다. 뿐만 아니라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배우와의 호흡도 좋아서 연기 보는 맛이 좋다. 배우 앙상블이 탁월하다.(특히 이 중에서 박정민 배우는 동년배 남자 배우 중에서 독보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위상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영화 <타짜>에서 볼 법한 찰진 유머가 담겨 있는 대사가 종종 나오는데, 배우들이 대사의 맛을 잘 살린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힘이 좋은 영화이다. 다만 배우들 간의 연기 톤이 차이가 좀 심하게 나타나는 장면이 더러 있다. 예를 들어 김혜수 배우의 과장된 연기와 염정아 배우의 차분한 연기 톤이 서로 상충하곤 한다. 이는 배우의 잘못이긴 보단 톤을 일관적으로 조절하지 못한 연출의 탓으로 보인다.




류승완 감독은 전작 <모가디슈>에 이어서 프로덕션의 힘을 보여주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놀란 것 중 하나가 현지의 분위기를 잘 살린 프로덕션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촬영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바타 2> 정도는 아니더라도 준수하게 수중 액션을 리듬감 있게 구사한다. 실내 액션 장면 또한 탁월하게 연출하여 여러 가지 액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여름철 블록버스터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수행하여, 관객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알고 있다. 다만 독창적이거나, 눈이 쏙 빠질 정도의 액션은 없다. <아바타 2> 때문에 그런가, 수중 액션도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바타 2>가 바다를 입체적이고 체험하는 경험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밀수>는 바다라는 공간 자체가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구성 자체는 시원시원하다. 머뭇거리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스피드 있게 나아간다.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다소 극 구성 자체가 단순하다. 범죄 영화 혹은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차용한 구성과 편집술을 보여주다가도, 다소 사건을 쉽게 풀어나간다. 사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가도 해결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다. 각 인물이 의중을 숨기고 사건을 접근하고 있지만 정작 해결 방식은 '며칠 전', '3시간 전'과 같은 플래시백으로 단순하게 해결하는 식이다. 애초에 영화의 목적 자체가 1970년대를 잘 살린 복고풍 분위기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자 하는 말도 뚜렷하다. 이 영화의 핵심은 상류층의 힘이 아니라 하류층의 잡초와 같은 '질긴 생명력'이며, 또한 탄압 당한 여성들의 승리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작 장르적 재미를 좀 놓치고 통쾌한 맛이 덜하다.



<비공식작전>


영화 <끝까지 간다>와 <터널>의 김성훈 감독의 신작 <비공식작전>은 긴장감의 재미가 탁월한 영화이다.

<모가디슈>, <교섭>에 이어서 중동을 배경으로 하는 또 한 편의 한국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한국 영화의 프로덕션 능력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외를 배경으로 영화를 잘 찍는 나라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긴장감을 쥐락펴락 하면서 사실감과 현장감이 잘 살아있다. 액션의 구성 자체가 굉장히 잘 설정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공간과 소재를 굉장히 잘 활용하여 스케일 있는 액션부터 소소한 액션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아파트의 철제 기둥을 활용한다던가, 사다리를 건널 때 긴장감을 조성한다던가, 인물을 하강하면서 다른 인물은 상승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 영화는 액션에서 정성이 느껴질 정도로 알차다. 특히 카체이스 장면은 할리우드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서스펜스가 좋다.




이 영화가 다른 여름 영화들과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서스펜스다. 이 영화는 특수 요원이 등장하여 문제를 매끈히 해결하는 영화가 아니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소시민이 사력을 다해서 문제를 겨우 해결하는 영화다. 전작 <터널>에서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택시운전사, 외교관일 정도로 신체적으로 뛰어난 인물들이 아니다. 거의 무능력에 가까운 영화의 인물들이 안간힘을 다하며 드러내는 서스펜스가 훌륭하다.




하정우, 주지훈 배우 또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이번 여름 좋은 투톱 무비에 자리매김할 것 같다. 각 인물들의 관계가 영화 내내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고, 이를 배우들이 손짓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연기 자체가 굉장히 디테일하고 호칭으로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도 창의적이다. 이 영화에서 각 인물을 부르는 호칭에 따라 권력이 이동하는데, 이를 따라가면서 영화를 보면 흥미롭게 느껴지는 있다.




다만 다소 감정적인 장면이 영화의 큰 맥락과 맞닿아 있지 않다. 전작 <터널>에서 그랬듯이 무능력한 나라의 체계를 비판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인물들의 이야기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장르적 재미를 확실히 챙기는 동시에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유머 감각으로 템포 조절이 좋은 영화이다.




<더 문>


<더 문>은 아쉬웠다.

한국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드물다 보니까, 우주라는 소재만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고, 홍보도 그렇게 하는 거 같지만, 사실 영화 세계 전체로 봤을 때 그리 독창적이거나 신선한 영화는 아니다. ('한국 영화에서 이정도면' 이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영화 전체는 <마션>을, 초반부는 <그래비티>를, 중반부는 <퍼스트맨>이나 <애드 아스트라>를, 후반부는 <아폴로 13>을 떠올리게 하는데, 나열되어 있는 영화를 좀 섞은 다음 신파 한 그릇 넣어서 뚝딱 만든 느낌이다.

<마션>의 재기 발랄함이나 지적인 재미도 없고, <그래비피>의 압도적인 현장감도 없고, <퍼스트맨>의 인상적인 달 묘사도 없고, <아폴로 13>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도 없다.




우주 영화를 하나씩 가져오고, 거기에 일명 '공업적 최루법'이 들어간 것 같은데 그다지 어울리지 않다. 물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여럿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론 시나리오의 실패이다. 이야기에서 전혀 독창적인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 구하는 영화가 정작 사람 구하는 데 관심이 없다. 각 인물들끼리 얽혀있는 드라마가 영화의 중간마다 계속 틈입하며 몰입을 해치고 있다. 영화가 우주에 조난된 사람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지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과정을 자꾸 생략하고 거기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인물의 감정 드라마가 들어간다. 어떤 측면에선 지극히 냉정해야 할 영화가 지나치게 열정적인 흥분으로 가득 차있다.




'감정 과잉'(일명 '신파')을 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각본 자체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감정에 '호소'하는 걸 넘어서 '읍소'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후반부에 각 인물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거의 일방적인 감정 강요에 가깝다. 언제까지 이런 구시대적 연출을 사용할 것인가.




전체적인 CG를 비롯한 기술적 성취는 돋보이긴 한다. 영화 중반부 달에 유성우가 쏟아지는 장면은 압도적일 정도로 기술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시나리오의 실패가 기술의 성취를 가리고 말았다. 영화는 본질적으로 시간을 다루는 예술이고, 그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그 서사를 챙기지 못한다면 영화의 기본적인 완성도를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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