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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종운
Nov 11. 2024
3, 여인숙
유일하게 영혼의 등불을 켜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토요일 오전 반나절이다.
한
주 내내
바쁘고
엄청
지친
나에게 큰 선물과도 같은 소중한 시간이다.
내면 안에 있는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해서 뭔가를 찾기 위해서 눈과 마음이 괜스레 바삐 움직인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은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한번 읽어 적이 있는데 청춘이란 단어에 다시 읽고 싶어 손이 갔다.
김연수 작가는 1970년생 나하고 동갑내기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따뜻한
친근감과
동질감이
생겨난
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에게는 떨어지는 꽃잎 앞에서 배워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라는 문장이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이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론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루미 여인숙 전문”이다.
김연수 작가는 어렸을 때 여인숙이 즐비한 기차역 주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일상들의 풍경을 루미 여인숙이라는 글을 통해 이어나간다.
‘여인숙’은 말 그대로 몸만 누일 수 있는 곳이다.
여관 모텔보다 못한 대부분 방만 갖춘 곳이다.
가난한 떠돌이들의
하룻밤 자고 가는 숙박 시설이다.
그곳을 이용하는 손님 중 조용히 하룻밤을 묵은 뒤 처음 왔을 때처럼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손님이 있는가 반면 또 어떤 손님은 술에 만취해 밤새 소란을 피우며 온갖 기물을
박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조용하게 머물다가 지나가든 소란을 피우든, 다음 날 아침이면 손님들은 여인숙을 떠나고, 저녁이면
또다시 불을 밝히고 새로운
손
님을 기다린다.
‘청춘의 문장들’이 출판되는 10년이 지나는 동안, 작가의 삶에도 여인숙처럼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고백한다.
오래 머물기를 바랐던 기쁨의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빨리 떠나기를 바랐던 슬픔의 나날도 있었다고 담담히 적고 있다.
어떤 기쁨은 생각보다 더 빨리 떠나고, 어떤 슬픔은 더 오래 머물렀지만, 기쁨도 슬픔도 결국에는 모두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것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손님들처럼.
작가가 그랬듯 내 인생의 여인숙에도 무수히 많은 손님들이 왔다가 지나갔다.
어쩜 기쁨의 손님보다는 슬픔의 손님들이 더 많았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정말 이건 아니지, 왜 이리 비참한 일들만 일어나지, 내 인생에 저 손님만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근데 5
5
년을 살아온 결과 찬찬히 되돌아보니 나를 괴롭게 하고
힘들게
한 손님들 덕분에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손님들이 아니었으면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더 풍성하게 쓸 재료들이 되었으니 말이다.
글을 쓰게 한 작가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살아온
세월에
굴곡이 많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그때는 몰랐다.
아픔을 경험한 사람만이 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손님들 덕분에
처절하게 밑바닥까지
좌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간으로
서는데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아픔들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런 손님들은 내 생에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도
마음에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슬픔의 손님들이 왕래할 것이다.
지난 온 세월을 경험 삼아 더 유연한 자세로 손님들을 맞이하리라.
사람들은
누구나
앞길에 되도록이면 행복한 일들만 있기롤
원하며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그런 일만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슬프다고 너무 낙담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김수연 작가가 그랬고, 내가 그랬듯 모든 순간들이 지나간다.
버겁고
힘들다고
무너지면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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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토요일
등불
김종운
소속
없음
직업
회사원
오십 이후의 삶이 글쓰기로 달라졌다. 변해가는 모습과 살아온 이야기들을 글을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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