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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운 Nov 09. 2024

2, Are you sure?

글쓰기는 나의 유일한 안식처다. 하루라고 하는 주어진 삶의 숙제를 해내느라 힘들었지만 글쓰기라는 안식처에서 피곤을 풀고 내일을 살아낼 힘을 모으고 일어난다. 힘들고 지쳐 포기할 만도 한데 이상하게 안 그렇다. 브런치 응모 이후에 한 달 정도 밀린 책도 읽고 영어 공부도 충실히 하면서 쉬었다.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룰 수가 없어 노트북을 열었지만 집중력이 흐려지고 온갖 잡생각들이 사로잡는다. 그동안 애써 키운 글쓰기 근육이 빠진 모양이다. 카페에서 모카 향이 나는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홀짝이며 다 마셔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 사 년 정도를 주방 식탁에서 글을 썼다. 온갖 음식 냄새가 나는 그곳이 나의 책상이었다. 나의 공간이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는 희망이었다.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꾼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을까? 근데 막상 아무도 방해받지 않은 공간에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이 더 잘 써지느냐! 꼭 그렇지 않는 거 같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있으니 글은 안 되고 나른하게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글쓰기에 최고의 장소는 카페도 산도 그 어떤 곳도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갖는다. 한 달 정도 쉬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말을 앞에서 했다. 영어책 한 권을 외우기 위한 나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언제부터 이런 기질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글쓰기 이후부터 생겼다고 확신한다. 수없이 말했지만 난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니 지금 나이에 영어를 왜 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요즘 머리맡이며 책상에 영어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휴대폰에는 하루 공부 할 내용과 어제 공부한 문장들이 저장되어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게 만들어 났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빠르게 이해되고 외워지지 않는다. 어제는 외웠는데 오늘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날 절망이라는 수령으로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어디서 오는 마음인지 다시 시작하는 단단한 오기가 생겨난다. 내년은 한 권을 다 외워 목표를 이루었다는 글을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영어 공부를 왜 하느냐? 질문에 아주 소박한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7~8년 전에 크루즈 보험을 들었다. 퇴직 이후에 그동안 고생한 나와 아내에게 주는 보상 차원에서였다. 외국 분들을 만나 영어 한마디 못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럽고 쑥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김민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책을 읽고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하는 일이 힘들고 하루가 고단하게 흘려간다. 몸을 혹사시킨다고, 고통에 익사당해 병이 날 수고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데 중요한 사실은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 보고 후회하고 싶다. 평생 영어라고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영어와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우습겠는가? 그렇다고 완전히 무지한 상태는 아나니 걱정하지 마시길... . 포기만 안 하면 된다는 진리를 글쓰기를 하면서 배우고 익힌 상태다. 안된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생각과 몸은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안 된다, 하기 싫다, 난 못해 이런 말들을 쉽게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오늘 목표한 공부의 양을 시곗바늘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여러 이유로 못 할 수도 있다. 못했으니 절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절대로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내일은 하면 된다. 안된다고 포기하는 순간 영원히 못하고 후회만 하다가 죽는다. 왜 지금에서야 이런 진리를 깨달았는지 무릎을 치면서 후회한다. 어린 시절 내게 익숙하지 않았던 책들과 공부하는 세상에서 지금은 완전히 변해가고 있다. 공부가 나의 고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고 있으니 좋다.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세상에서 일명 성공한 사람들이 글을 쓰면 잘 읽히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이도 저도 아닌 하루를 용쓰면 사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이렇게 성장해 가며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도 세상에 당당히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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