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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운 Nov 08. 2024

1,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작년 11월 아내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유도 없이 몸이 붓고 발목에 통증이 심해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원인도 모르고 병원비만 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아내가 탁구를 해야겠다고 좀 가르쳐 달라고 제안을 했다. 이제까지 30년 가까이 살면서 탁구를 같이 해보겠다고 마음먹어 본 일이 없기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가게만 있다 보니 운동 부족으로 인해 온 병이라며 결단을 내리고 이제부터는 저녁마다 운동을 해야겠다며 선언을 했다.


사실 부부가 같은 운동을 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같이 하는 부부들을 보니 좋지 않은 모습들이 더 많았다. 허물없는 사이라고 서로가 예의 없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눈과 귀에 거슬리고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지 않았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운동은 각자 알아서 이런 주의였다. 아내가 막무가내로 하겠다며 가르쳐 달라고 떼를 쓰고 또 몸이 아프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아내를 구장에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가르친다는 건 무한한 각오와 인내를 요구한다. '오죽하면 남은 가르쳐도 같이 사는 가족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우리 부부보다 1년 정도 먼저 시작한 친구 부부네가 있었다. 나에게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이런 충언을 했다. 아니?? 왜 이리 험한 모험을 하느냐! 자기는 아내를 레슨 하면서 이혼 도장을 3번 찍을 뻔했다며 지금이라고 안 늦었으니 다시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을 굳게 굳게 먹지 않고서는 레슨이 안 되겠구나,라는 다짐을 다시 하게 했다. 하는 동안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내에게 핀잔을 준다거나 못한다고 구박을 하는 일은 없어야 다른 동호인들 한테도 좋은 사례가 될 거 같았다.  말이  그렇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탁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아내를 가르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고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했다. 내일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희망을 가지고 임했지만, 운동 신경이 마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없는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이었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기가 일쑤였다. 공을 치는 시간보다 주우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실 다른 운동에 비해 탁구라는 운동은 어렵다. 기술도 많고, 구질도 다양하고. 다리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탁구를 배우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만치 않은 운동이다. 초보자인 경우 레슨 비용도 많이 들고, 렐리가 될 정도로 칠 수준이면 최소 1년 정도는 레슨을 받아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나와 아내와의 레슨은 11개월째 무탈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보통 수준을 넘어 이제는 나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다른 동호인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으니 사람들이 놀란다. 그래도 부족함이 만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공을 쳐주는 동호인들에게 내가 더 고맙고 감사함을 갖는다.

주변의 사람들도 도전을 받아 부부가 재미나고 유쾌하게 운동하는 모습들을 보니, 우리도 우리도 해서 꽤 많은 부부들이 탁구를 시작하고 있다. 모두가 올 연말에는 부부 탁구 대회를 한번 열자고 말을 할 정도로 부부팀들이 많아졌다. 탁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같이 식사도 한 끼 하면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탁구를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다.


아내 몸도 완전히 회복되었고, 건강한 모습에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 요즘은 나보다 탁구를 더 사랑하는 같아 살짝 걱정도 앞서지만 그럼에도 보기 좋다.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가게에 오시는 고객분들도 얼굴 혈색이 좋아졌다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언젠가 글에서 게스트 하우스 하시는 사장님이 말했듯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하면 무엇인가를 이루게 된다. 사는 모양과 방식은 모두가 다르지만 성실해야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진리다.


나도 아내도 말은 안 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픈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곤과 늘지 않는다는 자괴감.  여러 가지 이유를 물리치고 탁구장에서 보낸 시간과 흘린 땀방울들이 배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늘에 이르렀다. 매일매일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하면 하는 동안 안 보이는 성장의 곡선을 통과한다. 어떤 불확실성의 구간을 넘겨야 생기는 것은 글이나 운동이나 같은 이치다. 어떤 것도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없듯이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꾸준한 노력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는다. 그래서 난 오늘도 쓰고 다듬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오늘보다 나은 글을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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