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가 태어났던 우리의 작은 신혼집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낯선 동네에 있었다.
시댁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지만, 본가는 시냇길을 한참 달려야 했다. 아기를 낳자 그 사실은 새삼스럽게도 나를 굉장히 서럽게 만들었는데,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필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게 눈물 포인트였던 것 같다.
아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됐을 무렵이 되자, 나른한 오후쯤이면 커다란 디럭스 유모차에 조심스레 준이를 눕히고 그 생경한 동네를 산책했다. 그 조용한 동네에서 카페라고는 10분 정도 걸어가야 나오는 스타벅스가 전부. 나는 무거운 유모차를 낑낑 거리며 끌고 스타벅스로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오곤 했다. 아기는 햇살을 구경하며 손가락으로 잼잼거리다 잠들었고, 나도 유일하게 바깥을 걷는 따스한 시간이었다.
좀 더 자라자 근교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자주 다녔다. 아이는 의자에 앉은 지 1분 만에 자기가 고른 초코빵을 다 뜯어먹고는 다시 나가자고 졸랐고, 남편과 나는 아이스커피를 거의 냉수처럼 벌컥벌컥 마시고 아이를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운이 없는 어떤 날에는 아이의 버둥거리는 손에 실수로 커피를 와르르 쏟기도 하고, 한 모금 마신 커피를 아쉽다고 입맛 다실 새도 없이 테이블에 두고 허둥지둥 나오기도 했다.
"엄마, 우리 이따 스타벅스 갈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서로 꼭 껴안고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엄마 스타벅스 좋아하잖아~ 나도 핫초코 마시려고."
갑작스러운 스타벅스 이야기에, 나는 아무 저항 없이 웃음이 터졌다. 조그마한 아기를 궂은날에도 어떻게든 데리고 가서 커피를 사 오던 지난날들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조차 여유롭게 마시지 못한다며 우울해하던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서일까? 그 작았던 아기가 어느새 자라서 같이 가자고 말해주고 있다.
"그래 좋지~ 고마워!"
이제는 어떤 조급함 없이 따뜻한 커피를 주문해 천천히 마실 수 있다. 사랑하는 아이와 마주 앉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그리고, 천국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