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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Dec 13. 2024

(32)'돼지등뼈시래기탕'을 통한 가족사랑

가족 간의 유대와 소중한 시간

"이번 주말에 애들 데리고 집으로 와라. 등뼈 시래기탕으로 점심 먹자."

아내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건다. "예, 어머니. 애들 데리고 갈게요."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우리 집에서 2대째 이어오는 대표 음식이다. 진하게 우려낸 돼지 등뼈와 시래기, 각종 야채가 어우러진 이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보약 같은 음식이다.


이 음식에는 가족의 추억과 정서가 깃들어 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진한 육수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에는 자주 먹어서 질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영양과 정성을 깨닫고 나서는 이 음식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손맛은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이어졌다. 결혼 후 아내는 어머니의 요리법을 배워 조금씩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이제 아내는 돼지 등뼈 시래기탕의 장인이 되었고, 그 솜씨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지들에게도 인정받는다. 아내가 끓여내는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큰 냄비에 가득 담겨 나오곤 한다. 삐져나온 뼈의 고기와 부드러운 시래기를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함과 구수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시래기의 쌉싸름한 맛이 고기와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내며 가족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 음식의 특별함은 그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매년 늦가을이면 시골 텃밭으로 가 무청을 수확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수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족 모두가 함께 움직이며 자연의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를 느끼는 시간이다. 수확한 무청은 아파트 비상구에 걸어두고, 겨울 동안 바삭하게 말려 시래기로 만든다. 이렇게 말린 시래기는 물에 불려 찜통에 삶아 부드럽게 만들어진다. 부드러워진 시래기는 냉동 보관해 일 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등뼈시래기탕/인터넷 디운

돼지 등뼈 역시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세일할 때 넉넉히 사서 보관해 둔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로 만들어진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성비 높은 음식이자, 특별한 날 상에 올리는 단골 메뉴다. 이 음식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정성과 사랑이 담긴 요리다.


뉴질랜드에 잠시 머물던 시절에도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우리 가족을 연결해 주는 음식이었다. 현지 정육점에서는 등뼈와 무청을 버리는 일이 흔했지만, 아내는 그것들을 공짜로 얻어와 이 음식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현지인들에게 대접하며 그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국 땅에서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준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우리 집안의 상징과도 같았다.


여행 중에도 우리는 이 음식과 비교하며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 방콕에서 맛본 돼지 등뼈 요리인 '랭썹'은 새콤달콤한 국물 맛이 독특했다. 쟁반 위에 높이 쌓인 뼈를 무너뜨리며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우리 집의 시래기탕과는 결이 달랐다. 랭썹은 청고추를 듬뿍 뿌린 강렬한 맛이 인상적이었지만, 영양과 깊이를 생각하면 우리 집 돼지 등뼈 시래기탕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우리 돼지 등뼈 시래기탕은 약 5시간 이상 푹 고아낸 진한 육수에 시래기, 고추,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다시 끓여낸 종합 영양식이다. 한 번에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이 음식에는 보이지 않는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음식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우리 가족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다. 가족이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 건강과 사랑을 지키는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돼지 등뼈 시래기탕. 오늘도 이 음식을 끓이며 나는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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