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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Dec 21. 2024

(39) 트로트의 부활 Mr. 트롯 열풍

공정한 경쟁과 실력의 중요성

 모든 노래 가사는 한 편의 시다. 노래는 우리의 감정을 흔들고,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노랫말 한 구절이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특히 나훈아의 노래를 좋아했다. 사랑, 갈무리, 영영, 홍시, 사내 같은 곡들은 마음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노래방에 가면 나훈아의 노래를 즐겨 부르곤 했다. 한때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노사연의 만남도 자주 불렀다. 특히 사랑의 미로는 유난히 좋아했던 곡이다. 당시 직장 상사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그 직장 상사는 후에 장관이 되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늘 노래방에서 사랑의 미로를 불렀고, 그 노래는 그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래서일까? 직장 동료들은 그가 좋아하는 이 노래를 하나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방에 갈 때마다 누군가는 사랑의 미로를 연습했고,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이 곡을 더 잘 부르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썼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필수적인 사회생활의 기술이었다. 힘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 역시 노래 실력이 부족했지만, 노력으로 극복해 보려 했다. 작곡가에게 개인 지도를 받으며 몇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렇게 나만의 18번 곡을 만들었고, 덕분에 노래방에서 “노래 좀 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작은 성공이 큰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트로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발라드, 힙합, 록 같은 장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트로트는 점점 잊혀가는 듯했다.


 그러다 몇 해 전, TV에서 Mr. 트롯 경연대회가 열리며 트로트는 다시금 부활했다. 첫 대회에서 임영웅이 우승하고, 영탁, 장민호, 정동원 등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이 탄생하며 전 국민이 트로트에 열광했다. 경연 대회는 참가자들의 어려운 삶의 이야기와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감동을 전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임영웅이 부른 60대 노부부 이야기와 배신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날 밤, 나도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서 끝까지 방송을 지켜보며 열광했다.


 이 대회는 단순히 트로트를 부활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연에 참가한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어려웠던 삶의 이야기와 뛰어난 무대 실력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대회가 성공한 이유는 공정한 경쟁 시스템 덕분이었다. 실력으로만 평가되는 환경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결과를 믿고 열광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도 기타를 연주하며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따라 부르곤 한다. 그렇게 트로트를 다시 즐기게 되었고, 그 음악이 주는 따뜻함과 위로를 느꼈다. 트로트의 부활은 단순히 음악의 유행을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공정한 경쟁 없이 반칙과 편법이 만연한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반면,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는 누구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기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룬다. 트로트가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정함과 실력이 인정받는 환경 덕분이었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노래와 닮아 있다. 화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력과 조화가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각자가 실력을 발휘할 때, 우리는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다. 트로트가 주는 교훈처럼, 공정함과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만이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노래는 단순한 음악 그 이상이다. 그것은 시대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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