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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Feb 26. 2024

다이소 화장품을 얕보지 않겠다.

낳은김에 키웁니다 40

큰딸의 나이는 13세이다.

올해로 초등 6학년이 되었다.



지금은 치료가 끝났지만,

큰 딸은 10살부터 2년 6개월 동안 조발사춘기(성조숙증)로 주사 치료를 받았다.


성선호르몬 수치가 25까지 치솟았던 큰 딸은 잠시나마 좁쌀여드름 같은 피부 트러블을 겪었다.


그 때 해결책이 되어주었던 것이 시카크림 이었다.


화장품을 쓰긴 하지만 잘 모르던 나는

처음엔 시카가 뭔지도 몰랐고 그 효능도 몰랐다.


그저 내 화장품을 샀는데 덤으로 따라온 것이었고,

좁쌀여드름이 난 얼굴을 내보이던 딸에게

이제 베이비 제품은 못쓰겠다.

대신 이걸 써봐라며 무심히 주었던 것이었다.


사춘기 딸의 피부 트러블을 고민하기는 커녕

피부 진정이라는 소개문구에 별 기대없이 딸에게 주었는데

다행히도 딸의 피부가 점점 안정되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카크림을 써온 큰딸의 얼굴은 피부 트러블이 없다.


딸의 피부가 개선된 경험 이후

해당 제품을 따로 구입해 가며 1년여를 썼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제는 덤으로 받기 어렵게 되었고,

가격도 많이 올라 대체품이 필요해졌다.




그  후 시카크림을 찾아 이것 저것 써봤지만,

나의 선택은 금액에 맞춰져있기에

썩 맘에 드는 제품을 아직 찾지 못하고

이 회사 저 회사 제품을 써보며 방랑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신규오픈한 다이소에서 시카 제품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언젠가 이 제품을 인스타 릴스를 보다 본 적 있었다.

다이소에가면  사야하는 제품 이라는 제목으로.


그  기억에 화장품 매대 앞에 서자

평소와 다른 나를 알아챈 딸이 엄마 뭐 하냐며 다가왔다.


얼굴이 당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품을 쓰긴하지만

게으름이 강한 큰 딸은 토너(스킨)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ㅡ나처럼.


"다이소 화장품 써볼래?"


"상관 없어."


역시나 언제나 그렇듯 큰 딸의 대답은 술에 술  듯 물에 물  듯 덤덤하다.



모든 제품은 각 5,000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화장품 가격에 부합하여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그 돈의 가치만큼은 하겠지 싶은 것은

샘플존에서 크림만큼은 이미 동이 났다는 거다.


나 말고도 이 제품이 괜찮은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거나,

이미 이 제품이 괜찮은 걸 아는 사람들 덕 또는 탓일 거다.


 "샘플 한 번 발라 봐!"

하며 에센스의 스포이드를 쭉 짜서 큰딸의 볼 위에 올려 주었다.



"나쁘지 않은데? 피부가 상쾌한 것 같은데."


큰딸은 지하에 위치한 붐비는 공간의 갑갑함을 버티다 맞이한 화장품의 시원함을 상쾌함으로 착각한 듯 했지만 따갑거나 한 게 없다니 구입 의지가 솟았다.



양껏 쟁이고 싶었지만 일단 큰딸의 얼굴에 맞을 지가 중요했다.


고민하다 크림 두 개를 집어든 내게

큰딸이 어쩐일로 에센스와 토너도 요청했다.


"엄마 이거랑 이거도 사주면 안돼?"


사달라는 말에 귀가 열렸는지

"엄마랑 언니 뭐하는데?" 하며

기초 화장품이라곤 사용하지 않는 둘째가 다가 왔다.


"너도 발라 볼래? 시카크림이래서 언니 화장품 사려고..."


똑같이 에센스를 올려주었지만

예삐는 에센스를 채 다 펴바르기도 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친구의 관심은 기초화장품이 아닌 색조 화장품이다.

색조 화장품을 허용하지 않는 나 때문에 물론 아이쇼핑에 그치지만 말이다.



입술에 틴트 샘플을 바르고 있는 예삐를 뒤로하고

기분 좋게 에센스 두개와 크림 두개, 토너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샤워를 끝낸 큰 딸이 곧장 오늘 구입한 시카 화장품 3종 세트를 가져가 발랐다.

언니를 지켜보던 작은 딸이 재빠르게 샤워를 끝내나 싶더니 내게 다가와 제 몫을 요구했다.


여분이 된 크림과 에센스 하나씩을 작은딸에게 주었다.


언니보다 토너 하나만큼 덜 가졌어도

제 몫의 기초 화장품이 난생처음 생긴 예삐는 기뻐했다.


책상 한 켠에 화장품을 올려두고 바르며 싱글벙글 하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돈 만 원에 예삐의 마음을  얻었다.

저녁시간까지 말을 참 잘 들어 주는 걸 보니

역시 입은 닫고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는 건 진리인 듯 하다.





다음달도 다다음날도

딸들은 계속해서 다이소 시카 화장품을 계속 바르고 있다.

내가 잔소리처럼 로션 좀 발라라 말하지 않아도 세안 후 잘 챙겨 바른다.


피부가 부드럽고 촉촉하다며

피부 타입이 다른 둘 모두 만족해한다.



당분간 우리 딸들의  기초 화장품은 다이소 시카크림이 될 것 같다.


다이소 화장품을 무시하지 않겠다.


이제 어디라도 다이소에만 가면 시카 제품을 가장 먼저 찾아볼 것 같다.


품절대란에서 비켜가기 어려운 제품이니

어디든 보이면 딸들을 위해 쟁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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