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 과자은 끊지 못한다.
전 남자친구는 과자를 자주 먹는다고 항상 놀렸다. 저녁시간 때쯤 전화를 하게 되면 '과자 먹었지?!'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아니!!' 보이지 않은 동공 지진이 매번 일어났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과자를 엄청 좋아했다. 유전인가. 엄마도 과자를 좋아하신다. 본가에 자고 갈 때 밤에 티비 보면서 과자 먹는 게 엄마와 나의 루틴이다. 우리 둘은 특히 새우깡을 좋아한다. 클래식은 클래식인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한인마켓을 갈 때마다 새우깡을 샀다. 단것보다 짭짤한 것을 더 선호했다. 아작아작 나는 소리가 만족스러웠고 물론 너무 맛있었다. 'What's that?' 학교 친구들이 물어보기도 했다. 집에 놀러 왔을 때 친구에게 'shrimp chips'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어로는 약간 역겹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었다. 지금은 해산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백인 미국인들중에 해산물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친구 중에 한 명은 'Eww'라는 답변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 2년 전에 온 이후로 제일 자주 먹는 과자가 도리토스이다. 도리토스가 없을 때에는 짝퉁인 도도한 나쵸를 먹는다. 가짜 도리토스인 나쵸도 물론이지만 한국에 있는 도리토스도 미국하고 같은 맛이 아니다. 무언가 5% 부족하다. 바삭함인가. 양념인가. 칩의 두께인가.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다르긴 다르다. 치토스도 다르다. 미국 거는 깊은 치즈 맛이 나지만 한국 치토스는 조금 밋밋한 맛이 난다.
다르더라도 도르토스를 그래도 사 먹는다. 먹을 때마다 초등학교 시절에 엄마가 도시락에 샌드위치, Caprisun, 그리고 Doritos을 싸주셨던 기억이 강하다. 어떻게 점심을 매일매일 싸주셨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마저 대단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