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마에 정시 퇴근할 수 있는 날이었다. 카톡 알림은 없었지만 점심시간 때 카톡을 열어봤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렇게 큰 바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맥주 한잔을 같이 마실 수 있는 친구. 하지만 친구목록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큰 바램이었을 수 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친구는 연락한지 너무 오래됐었고 다른 친구는 만나자고 하면 항상 한달 수 에 만나자고 했다.
집에 가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을 잠시 돌렸다. 맛있는 음식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먹고싶은게 없었다. 사람들은 왜 워커홀릭으로 변하는지 그때서야 알았다. 이런 날에는 지하철로 한번 갈아타야 하는 퇴근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혼술할까 잠깐 고민 하다가 딱히 갈때도 없고 막상 갈 생각을 하면 민망할것 같아서 내 도착지는 결국에는 집이었다. 혼술을 한다면 압구정을 갔었을 것이었다. 어느바를 한번 갔었는데 은은한 불빛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근데 기억에 제일 남는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그 바에는 단골이 많았다. 초면이 확실히 아닌, 반가운것같은 '엇 안녕하세요'가 여러번 들렸고 한번은 어느 여자손님이 앞문을 활짝열면서 자기집인 마냥 너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좀 부러웠다. 어딘가에 단골이라는것도 그렇게 특히 마음에 들었던 바에 단골이라는게.
나도 어딘가에 단골이 되고싶었다. 바에 앉으면 처음온 손님 보다 더 반갑게 맞이해주고 말을 안 해도 내가 항상 주문을 하는 칵테일을 알아주고. 그 바안에있는 잠깐의 순간동안은 외롭게 느껴지지 않을것 같다는게 제일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