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3일에 출간된 저의 신간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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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인간의 지능이 아닌 인공지능(AI)이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일에 종사한다. 그리고 그 인문학에 인지과학의 맛을 더해 인간과 세상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이러한 접근법을 인지인문학(cognitive humanities)이라고 부른다. 인지인문학은 인문학적 사고를 인지과학이라는 실증적 학문의 거울에 비추어 보려는 분야다. 인지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어떻게 AI에 관한 책을 집필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나를 아는 주변 교수들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내 전공과 상관없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AI와 챗지피티(ChatGPT)가 화두이다 보니 그 흐름에 발맞추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질문과 의구심에 나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AI 그 자체는 잘 모른다. AI가 기술적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전망할 수 있는 전문 능력이 없고, AI 자체의 구조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다.
나는 그저 ‘인간’이 알고 싶었다. 인간의 몸과 뇌, 인간의 지능을 알고 싶었다. 인간을 계속 들여다봐야 인간에 관한 지식이 계속 쌓일 것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있으면 인간에 관한 지식을 좀 더 심오하게 파헤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비교 대상이 기계의 지능, 즉 AI였다. 스탠퍼드대학의 교수이자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서배스천 스런(Sebastian Thrun, 1967∼ )이 한 다음의 말은 이러한 나의 입장을 잘 대변해 준다. “아무도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나는 AI가 거의 인문학 분야라고 생각한다. AI는 실제로 인간의 지능과 인간의 인지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스런의 이 말이 함축하듯이, AI는 단순히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며 세상을 인식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여기에는 추론, 문제 해결, 감정, 창의성과 같은 인간 사고의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 포함된다. AI를 이렇게 정의하면 AI의 학제 간 특성이 강조되고, 기술 분야 연구와 인간에 관한 연구 사이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인간을 알고 싶어 AI를 들여다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