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비 Jun 05. 2024

말하고 생각하는 몸

The Body, Speaking and Thinking

2024 롤랑가로스(2024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가 2024년 5월 26일부터 6월 9일까지 열렸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계 1위인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1987~ )가 참여하는 대회라 이번에도 난 열심히 그의 경기를 관람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조코비치는 3회전에서 로렌초 무세티(30위·이탈리아)를 세트스코어 3대2로 이겼다. 16강에서는 프란치스코 세룬돌로(27위·아르헨티나)를 3대2로 꺾고 8강에 올랐다. 다만 둘 다 마라톤 승부였다. 3회전은 새벽 3시까지 가는 4시간 29분의 승부를 치렀고, 16강전 역시 4시간이 넘는 경기를 소화했다. 결국 그는 무릎 부상으로 프랑스오픈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가 8강을 포기하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세계 2위인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2001~ )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시너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29번째, 그리고 이탈리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르게 되는 기염을 토했다.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난 뒤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축하가 쏟아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동안 많이 달라지고 한 단계 도약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그 비결을 ‘패배’로 꼽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특히 1년 전에 제가 이곳에서 당했던 패배를 통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으로부터, 또 몸이 하는 이야기를 배웠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몸은 생명 같은 것이고, 몸에서 보내는 많은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당연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우리는 이를 감기라고 생각하고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 모드에 들어가 몸을 회복시킨다. 시너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몸이 하는 말’이라고 표현했다. 말은 이성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 활동이다. 물론 귀로 듣고 입의 근육을 동원해 말을 표현하지만, 본질적으로 마음속에서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언어와 말에서 일차적이다. 생각 정리는 마음으로 하고, 표현은 몸으로 하는 것이니 언어와 말이 마음과 몸의 공동 작용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너가 ‘몸이 하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그것은 마음은 참여하지 않고 몸만 말과 이야기에 관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의 몸은 말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몸은 생각도 한다. 생각은 몸이 아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적 활동이라고 믿어진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몸이 받고 뇌의 통제를 받으면서 몸이 행동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므로, 몸은 뇌의 지시를 행동으로 옮기는 텅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몸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뇌의 통제를 받는다면 그 많은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지게 될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몸은 생각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몸 자체의 지능을 동원해 몸이 알아서 생각해서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때 우리는 이런 몸의 생각과 지능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몸의 생각과 지능은 무의식적인 본성을 갖고 있다. 


‘말하고 생각하는 몸’을 들여야 보려는 시도로 책을 집필해 보려고 한다. 이성과 논리, 합리성이 인간의 덕목으로 칭송받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말하고 생각하는 몸의 매력을 느끼면서 야닉 시너처럼 우리도 말하고 생각하는 몸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이 그런 책의 집필 동기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생태인문학을 향한 발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