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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니 Nov 24. 2022

21살, 첫 알바가 평생 업이 되다.

방송구성작가 20년의 한 걸음..


저는 방송구성작가였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방송국, 데일리 라디오 프로그램의 구성을 맡아 일을 했고, 

지금도 역시 방송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


방송작가라고 하는 직업~은 상당히 매력적이죠. 

지방에서 매일 방송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까 아이템 속에 묻혀사는 인생이긴 했으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그분들의 삶을 엿보면서 배우는 점 또한 컸습니다.      

이런 나의 업은... 21살, 첫 알바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저의 꿈은 막연하게 기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TV 뉴스를 통해서 기자의 시각으로 사회를 꼬집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나봅니다.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던 저는 

고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장래희망란에 당당하게 '기자'라고 명시했습니다.      

'기자'란 직업의 세계를 알고 적은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TV에 나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판하는 그 모습이 멋있었거나, 

양복을 입고 마이크를 드는 것이 좋아 보여서 였을지 모릅니다..      


그럼, 대학은 신문방송학과로 갔을까요?? 

대학은 그저 성적에 맞추어서 들어가다보니 신문방송학과와는 전혀 거리가 먼 엉뚱한 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ㅋㅋㅋ

계획대로 흘러가면 퍼펙트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인생에 점수를 후하게 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춘 삼월에 눈이 내렸던 아련했던 대학의 1년을 보내고, 어느날 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역의 한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다고 건너건너 연락이 닿았습니다. 

‘나의 꿈, 기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나는 덥석

“그 알바 내가 하겠소!!”하며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아르바이트의 주 업무는 옛날 신문의 기사를 스크랩하는 거였어요. 



지금에야 인터넷이 발달해서 어느 신문의 며칠 자만 검색해도 기사들이 주르룩 검색되지만, 

라떼는 말이죠.

일일이 국수가락 같이 길게 엮어져 있는 신문을 보고 또 보고 해서 기사를 찾아야만 했거든요.      

25년이 훌쩍 넘은 일이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눈이 빠질 것 같은 일이며 매일 신문을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처음엔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어서야 비로소 매일매일 세상의 기사를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메인 기사 타이틀 copy를 뽑는 기자님들을 보면서 

어떻게 copy를 뽑는건지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기자라는 업을 보면서~~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은 이들에 의해서 실현될 수 있구나!!라는 정의로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신문사였지만.. 이곳에서 만난 기자님들과 함께 일 하면서 사회를 보는 관점, 그리고 글쓰는 요령을 어슴프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뭐든 그렇지만 많이 보고, 해봐야 늘 듯 그때그때 기사를 읽고 나름대로의 copy를 뽑아봤던 경험이 

지금까지 업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바가 진화했다.      

신문사에서 함께 일했던 편집부장님이 어느날 방송국 작가로 이직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가 되신다는 겁니다. 

‘헐~~ 기자보다 멋있는데???’ ㅋㅋ

이렇게 부장님, 아니 작가님과의 거한 회식 후 헤어짐으로 부장님과의 인연의 끝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이듬해 봄~

함께 일했던 부장님, 방송국 작가님께서 내가 사용했던 몽퉁한 모토로라 핸드폰으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핸드폰 번호가 있었기에 전화를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작가님이 집 전화번호를 알리도 없고, 이전 직장으로 전화를 할리도 없으니 말이죠.ㅋㅋ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들이지 않았던 초보 알바생이지만 부장님께 전화가 오니 다소 긴장이 되었습니다. 

‘부장님께서 나에게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담???’

차분하게 전화를 받는데, 부장님께서는 KBS전주방송총국에서도 지금하고 있는 신문 스크립터가 필요하다는 얘기와 일을 KBS에서 해보는 것은 어떻냐는 제안이셨습니다.

      

지금의 나였으면 지방의 신문사보다 훨씬 큰 방송국이니 제안을 덥석 물었겠지만, 그당시 나는 익숙해진 곳에서 익숙한 일을 하는 것이 편하고 좋았던터라 그 제안을 잠깐 망설였습니다.

       

무려 삼일이나 고민하고 부장님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냐면 제안의 날짜가 삼일이나 지났기 때문이죠. 

알바라는게 쉽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게 아니겠어요???

‘혹시 다른 사람으로 대체됐으면 어떡하나??’싶은 마음에 떨렸던 것 같습니다. 

부장님께서는 아니 작가님께서는 아직 스크립터가 구해진 건 아니니 내일 방송국으로 나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다음날 방송국에서 PD님과의 면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한 ㅋㅋ 이야기를 나눈 뒤, 봄 개편과 함께 진행되는 음악 프로그램에 투입되기로 했습니다. 

방송국은 매년 두 번, 봄과 가을에 개편이 진행돼요. 

이번 봄 개편에 새롭게 신설된 음악 프로그램에 오프닝과 꼭지에 필요한 원고작성을 위한 신문 스크랩을 해주면 되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음주부터 나오라는 말과 함께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지역 신문사에서 KBS방송국으로 근무환경이 업그레이드된 곳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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