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추출은 커피 원두를 분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커피를 분쇄하는 이유는 원두의 표면적을 넓혀 많은 부위에 물이 닿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빠른 추출이 가능하다. 최대한 일정한 굵기로 원두를 분쇄하지만, 그럼에도 미분은 발생한다. 로스팅한 원두는 잘 깨지기 때문이다.
미분은 가는 커피 가루를 말한다. 보통 밀가루 정도의 굵기를 의미하며 이는 커피 추출의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미분을 잘 제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필연적으로 생기는 미분이라면 최대한 적게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날이 잘 선 버(burr)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커피를 자르는 것이 아닌 뭉개는 것이 돼버리기 때문에 미분의 양이 증가한다. 또 약하게 볶은 원두, 수분 함량이 높은 원두도 미분이 적게 발생한다.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라인더의 분쇄 속도를 늦춤으로 미분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분이 에스프레소 추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준다는 것이다. 미분은 바디감을 증가시키지만 또한 커피의 쓴맛도 증가한다. 미분을 최대한 걸러내기 위해 체를 치고 추출을 하면 바디는 약해지고 쓴맛이 줄어든다. 실제 한 카페는 채프논이라는 머신을 이용해서 미분을 걸러낸 에스프레소를 판매한다. 그 에스프레소는 바디보다는 향미에 중점을 둔, 깨끗한 느낌의 커피일 것이다.
커피를 내리고 공부하면서 드는 생각은 좋은 커피를 위해 신경 써야 할 변수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또 모든 변수를 통제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커피를 손님에게 내어드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도 느껴진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가 맛없으면 손님도 맛없(을 가능성이 크)다. ‘손님에게 최고의 커피를’ 같은 원대한 포부나 투철한 서비스 정신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어도 내가 마셨을 때 만족할만한 커피를 만들고 싶다.
우선, 미분부터 줄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