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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Apr 10. 2023

결국은 사람이다

아침부터 사장에게 몇 마디 들었다.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려니 넘겼다.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하루를 망치는 건 나 자신에게 손해다. 반면 어린 친구들은 기분이 좀 나빴다 보다. 의기소침해져서 구시렁거렸다. 어깨를 토닥이며 조금 달래줬다. 


객관적, 이라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살짝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양쪽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된다.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줄이고 아껴야 한다. 그래야 직원 월급을 주고, 재료를 구입하고, 공공요금을 내고, 자신에게 수익이 돌아갈 테니까. 만약 내가 같은 위치에 있었더라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또 한편, 일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나 싶은 구석도 있다. 직접 일하는 사람만이 아는 고충이 있는데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입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카페 이야기를 하면서 사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대놓고 욕하거나 칭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오해든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마디 써보자면, 내가 일하는 카페의 대표는 괜찮은 사람이다. 때론 깐깐하게 느껴지지만 보통은 꼼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언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성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보고 배울만 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왜 다른 카페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옮겼는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 커피도 맛있고, 동료들도 좋고, 월급도 괜찮았지만, 단 하나의 이유, 사장이 별로였기 때문에 왔다고 했다. 바리스타는 이직률이 높은 직업이다. 그 이유가 모두 카페 사장이 별로이기 때문은 아니지만 그 이유가 절대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다. 


카페를 운영하기 힘든 시대다. 또 카페에서 일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둘의 간극은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절충이 필요하다. 양보가 필요하다. 사장이 직원을 배려하고, 직원은 사장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괜찮은 직장이 될 것 같다. 너무 꿈같은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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