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받기 위해 포스 앞에 섰다. 손님이 주문을 하셨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말씀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그런데 말은 하지 않으시고 손으로 무언가 쓰는 행동을 하셨다. 펜과 종이가 필요하구나, 혹시 말을 못 하시는 분이신가,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펜과 종이를 찾아 드렸더니 무언가를 적으셨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뜨거운 블랙커피 2잔 주세요.'
그때 일행분이 오셔서 어떤 빵을 주문할지 서로 이야기를 하시는데, 수화였다. 그랬구나.
원래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영어를 전공했다. 지금은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지만, 종종 오시는 외국인 손님의 주문을 받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일본어를 해보고 싶어서 독학 중이다. 그런데 수화,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수화를 영어로 sign language라고 한다. 수화도 하나의 언어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수화로 이야기할 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참 안타까웠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만 할 수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죄송한 일은 아니지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을 위함이다. 의사소통은 내 생각을,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서로의 언어가 다르다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수 없고,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알 수도 없다. 내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분들은 어떤 연유에서든 내가 사용하는 소리말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면 내가 그분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그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혹시, 만약, 다음에 그분들이 다시 오시면 인사와 감사는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