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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오름 Apr 17. 2023

커피하고 있습니다만

- 무슨 일 하세요?

- 커피하고 있어요.

- 아, 바리스타세요?


커피를 한다는 것은 뭘까? '커피'라는 단어는 직업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커피를 한다고 하면 대략 커피계에서 종사하는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바리스타'를 예상한다. 하지만 커피 관련 산업에는 바리스타만 있지 않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도 있고, 커피를 구입하는 바이어도 있다. 와인의 맛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처럼 커피 맛을 감별하는 커퍼라는 직업도 있다. 또 커피를 가르치는 교육자도 있고, 커피를 수출입하는 무역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바리스타로 커피를 시작하고 그다음 스텝을 밟아 나간다. 어찌 보면 바리스타는 '커피를 하는' 시작점 같은 것이다. 물론 바리스타를 하지 않고도 커피 쪽의 여러 일을 할 수 있지만, 커피계의 많은 사람들이 바리스타로 커피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바리스타의 일이 커피를 아는 기본적인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바리스타는 일종의 신입 사원같은게 아닌가 싶다. 누구나 회사에 처음 들어가면 신입이고 일을 배워 나간다. 그러다 경력이 쌓이고 한 분야에 능하게 되면 인정을 받고, 때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혀 관련 없는 업종으로 옮기기도 한다. 바리스타도 비슷하다. 카페에서 일하며 한 분야에 실력을 쌓고 그 분야로 넘어가기도 하고,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면 자신의 카페를 오픈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이 일하는 카페가 점점 더 커지면 여러 직책이 생기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그만두고 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바리스타는 커피 일을 위해서는 한 번쯤 해야 하는 일 같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다시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난 마지막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게 될까? 나도 내 대답이 궁금해진다.

(- 네, 지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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