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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Apr 18. 2023

커피는 취향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렸다. 그건 일종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 같았다. 에어로프레스, 케멕스, 에스프로프레스, 칼리타, 고노, 웨이브 등등 많은 도구를 사용했지만 결국은 하리오 V60로 돌아오곤 했다. 그 이유는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커피는 취향이다. 취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처음엔 산미가 도드라진 커피가 좋았다. 여름엔 강한 로스팅의 단맛을 선호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적절한 밸런스의 커피가 좋다. V60로 커피를 내릴 때도 내가 마실 커피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강렬하기보다는 산미와 단맛이 잘 어우러진 레시피를 사용했다. 그렇게 몇 년 간을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내려 마셨다. 


각 카페마다 나름의 브루잉 레시피가 있다. 이는 그 카페가 추구하는 커피 경향성을 반영한다. 일하는 곳은 산미와 강렬함이 어우러진 스타일의 레시피를 사용힌다. 한 잔을 마실 때 깊은 인상을 각인시키겠다는 결의가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서 커피양은 많고, 추출양은 적다. 사실 처음엔 이런 브루잉 스타일이 적응이 안 됐다. 오래전 커피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에스프레소 같은 핸드 드립에도 열광했던 기억이 나는데, 확실히 취향은 달라지는 게 맞나 보다.  


내 취향이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도 없다. 바리스타는 카페가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따라야 함이 맞다. 그게 정답, 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사실 커피에 정답은 없다) 정답에 가장 가깝다. 다만 그 정답을 일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답이 마음에 들면 손님은 계속 방문할 테고, 그 정답이 취향이 된다.  


나도 이번 기회에 취향 한 번 바꿔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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