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렸다. 그건 일종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 같았다. 에어로프레스, 케멕스, 에스프로프레스, 칼리타, 고노, 웨이브 등등 많은 도구를 사용했지만 결국은 하리오 V60로 돌아오곤 했다. 그 이유는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커피는 취향이다. 취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처음엔 산미가 도드라진 커피가 좋았다. 여름엔 강한 로스팅의 단맛을 선호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적절한 밸런스의 커피가 좋다. V60로 커피를 내릴 때도 내가 마실 커피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강렬하기보다는 산미와 단맛이 잘 어우러진 레시피를 사용했다. 그렇게 몇 년 간을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내려 마셨다.
각 카페마다 나름의 브루잉 레시피가 있다. 이는 그 카페가 추구하는 커피 경향성을 반영한다. 일하는 곳은 산미와 강렬함이 어우러진 스타일의 레시피를 사용힌다. 한 잔을 마실 때 깊은 인상을 각인시키겠다는 결의가 담겨있는 듯하다. 그래서 커피양은 많고, 추출양은 적다. 사실 처음엔 이런 브루잉 스타일이 적응이 안 됐다. 오래전 커피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에스프레소 같은 핸드 드립에도 열광했던 기억이 나는데, 확실히 취향은 달라지는 게 맞나 보다.
내 취향이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의 취향을 모두 맞출 수도 없다. 바리스타는 카페가 추구하는 스타일대로 따라야 함이 맞다. 그게 정답, 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사실 커피에 정답은 없다) 정답에 가장 가깝다. 다만 그 정답을 일정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정답이 마음에 들면 손님은 계속 방문할 테고, 그 정답이 취향이 된다.
나도 이번 기회에 취향 한 번 바꿔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