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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필구 Nov 11. 2022

우리들의 일그러진 일상(8)

재진

그 일이 터지고 우리의 공간도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돈을 뺏을려고 했던 두 명 중 한 명을 때리고 도망친 필구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다.

원래 욱하던 성격이 있던 필구였지만 이 둘이 풍기는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어떻게 한 번 해볼만한 얼굴을 하고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필구에게 얼굴을 맞은 그녀석은 화가난듯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조용해졌다. 그모습이 왠지 더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옆에서 검은 조끼를 입은 녀석이 낄낄대며 웃었다.

"아.. 오랜만에 웃었다. 이런 일도 있네 살다보니까. 근데 너네들 어쩌냐? 이XX 빡치면 나도 감당안되는데. 진짜 큰일났어 늬들."

난 정말 진심으로 겁을 먹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도망간 필구도 생각나지 않았고,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얼마전에 10대 청소년들이 밖에서 담배 피지 말라고 훈계하던 30대 아저씨를 때려서 결국 사망했다는 뉴스를 본거 같았다.

그러다 옆에 순호를 힐끗 보았다.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곤 말했다.

"쟤 우리 친구 아닌데,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요?"

"장난하냐?"

"진짜 안친해서 그래요. 저런놈 때문에 우리가 형들한테 맞는게 너무 억울해서요. 저흰 돈 다드렸잖아요."

그 순간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순호가 얼굴을 움켜쥐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의 다리가 겨울철 벗겨진 가지처럼 덜덜 거리기 시작했다.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퍽!퍽!퍽! 소리가 들렸다.

순호가 무릎을 꿇고 옆으로 넘어져있었다.

"도망간 XX 이름, 학교, 학년, 반 다 말해라."

그는 이번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때 순호가 말했다.

"시XXX들아 우리 친구 아니랬지, 왜 우리한테 지X이냐고, 돈도 다줬잖아 이 양아치 새X들아."

그때부터의 폭행은 기억에서 잊고 싶을 정도로 심하게 이어졌다.

그때 검은 조끼 입은 녀석이 나를 공사장옆의 빈터로 데려갔다.

"담배피냐?"

"아뇨."

"그래. 야 근데 너 진짜 말 안할거냐? 그러다 니 친구 죽어 임마. 쟤 완전 또XX이라서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몰라. 조금이라도 빨리 말해야 쟤 산다. 농담아니고."

밖에서는 계속해서 순호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고, 가끔식 그녀석의 욕도 들려왔다.

"말할게요.. 그만 멈춰달라고 해주세요 제발 빨리요"

"그래 알았다."

검은 조끼를 입은 녀석이 씩 웃더니 원래 있던 장소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진 지 얼마지나지 않아 순호가 있는 쪽에서 나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흰바지를 입은 녀석이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난 긴장한 채 그녀석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왜 거짓말 하냐? 너네 친구 맞잖아."

그 말을 하고는 나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너 기왕 쓰레기된 거 끝까지 쓰레기 짓 해라."

"네?"

"너네 세원고등학교라며? 거기 옆에 짓다가 만 빌라 건물 하나 있는거 알지?"

"네.."

"내일 학교 끝나고 아까 걔 데리고 와라. 우리가 학교 앞에 있어봐야 도망갈거 뻔하고 거기서 난리치면 여유없어지니까."

"형.. 제발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요?"

"내가 저기 니친구 어떻게 때렸는지 알려줄까? 한군데만 계속 때렸어. 거기 더 때리면 쟤 어떻게 될 거 같냐? 알아서 잘해라. 병원데리고 가라.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 어디가서 말해봐.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줄 테니까."

나는 더이상 아무 말 못하고 순호를 데리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무릎과 발목에 골절이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다쳤냐고 물어보았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병원 밖에서도 그녀석들이 계속 서성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호의 부모님께도 공사장에서 놀다가 다쳤다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믿지 않으시는 눈치 였지만 결국 난 그들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필구 얼굴을 쳐다볼 수 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한테도 말할 수가 없었다. 강호가 강하긴 했지만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고 괜히 친구들 모두 말려들게 할 수 없었다. 필구와 같이 가서 이번에는 나도 같이 맞고 그들과의 모든 관계를 끝내야 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도저히 친구를 그들에게 데려갈 수 없었던 나는 중간에 발길을 돌리고 필구에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고, 필구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서있었다.

그들은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나를 향해 묘한 웃음만 지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 필구만 때렸다. 나는 그냥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싫었다. 겁이 많은 내가 싫었고, 상황을 이렇게 밖에 만들 수 없었던 나의 멍청함에 너무 분노가 일었다. 난 양아치였고, 쓰레기였다. 그렇게 느끼면서도 그녀석들에게 한 번의 욕도, 한번도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안의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필구는 일어났다. 그녀석 답게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난 그냥 옆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석이 코를 잡고 있는데도 코피가 자꾸 떨어졌다.

 "야 코들어라 피가 너무 많이 난다."

 "건들지 마라 이XX야."

 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횡단보도에 멈춰 서있는 그녀석을 보고 약이라도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약국을 가려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했다. 그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석은 왠지 더 엉망이 되어있었다. 나는 다가가서 말을걸었고, 그녀석은 이성을 잃고 나를 때렸다. 힘이 빠진 녀석이라 그런지 큰 동작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다. 그때 도망가버린 이녀석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엉망이 된 이녀석을 보니 마음이 아린게 더 컸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난 그는 교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모든게 엉망이었다. 불안해진 그녀석이 한 짓은 예전에 했던 짓들이었다. 가만히 있는 친구에서 시비를 걸고 싸우고 그녀석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거 같았다. 그날로 되돌아가서 모든걸 바꾸고싶었다.

 필구는 우리를 멀리했고, 순호에 대해서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시려진 날씨만큼이나 시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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