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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봉이 Feb 25. 2023

쌀국수는 그만! 음식천국, 베트남

진짜 로컬들만 즐기는 하노이 생맥주 문화

베트남 하노이를 다녀왔다. 평소 같으면 늘 가던 음식점을 방문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전 대통령이 방문했다던 그 쌀국숫집, 오바마가 먹고 갔다던 그 분짜가게 등등…


이번이 벌써 하노이 네 번째라, ‘이쯤 되면 나도 나름 하노이 전문 간데, 뭔가 색다른 걸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이상한 하노이 부심이 갑자기 뿜뿜 했다.


하노이의 음식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는 싶은데 생각보다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별거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블로그에 대충 검색하면 뜨는 그 집, 요 집….

이곳들을 방문했을 때는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과 관광객들을 볼 수가 있다. 바로 다들 나처럼 똑같은 글을 보고 똑같은 정보로 똑같은 여행코스를 짰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혼자 알아서 정보를 구해서 좀 더 맛들어지게 즐기는 하노이 여행을 만들어보리라! 그래서 이번에는 현지인들이 즐기는 하노이의 생맥주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왔다.


정말 즐겁고 잊지 못할 경험을 독자들에게 공유해 본다.


하노이의 반주 한상


베트남에도 생맥주 문화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을까?  나는 캔맥주나 병맥주로 나오는 사이공 맥주를 주로 마시고는 했다. 이미 그 맥주의 맛이 훌륭해서 반미와 함께 먹으며 ”이 맛이지!! “하고 감탄하더랬다.


나도 몰랐지만, 베트남 하노이에는 비아허이 (Bia Hoi)라는 달콤한 문화가 있다.


과거 베트남은 rươụ라고 하는, 쌀로 만든 라이스와인의 생산량이 굉장히 높았다. 우리나라의 소주와도 생김새가 비슷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베트남은 쌀생산량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라이스와인보다는 맥주를 마시기를 권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하노이에 큰 맥주 양조장이 있다고 한다.



가게마다 우리나라처럼 생맥주 기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페트병에 생맥주를 가득 담아 아이스박스에 넣어놓은 뒤 손님이 찾을 때마다 이렇게 잔에 따라준다.

깔끔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이 생맥주의 도수는 오직 3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이날 풍미 가득한 안주들과 함께 무려 난 맥주 8잔을 마셨다. 그 색다르고 풍부한 맛의 안주들을 소개하겠다!

쑤온 누엉 ( Sườn nướng)

따끈따끈 갓나온 쑤온 누엉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바삭하게 튀긴 육즙 가득한 돼지고기 요리인데, 짭조름하게 간이 배어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다. 따뜻할 때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주르륵하고 흐르는데, 이 요리는 피시소스를 살짝 찍어 먹을 때 맛이 배가된다.


쑤온 누엉은 한국어로 구운 돼지고기를 뜻하는 것으로 요리할 때에도 피시소스와 설탕을 발라 만든다. 뼈가 있어서 들고 쪽갈비처럼 뜯어먹으면 된다.



쌀국수와 분짜에 나오는 넴, 짜조등에 지쳤다면 맥주 집에 가서 이 쑤온 누엉을 주문해 보자! 그동안 먹었던 베트남 음식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포 싸오 (Phở xào)

누룽지처럼 바삭한 포싸오


한국의 맛을 베트남에서 느껴 깜짝 놀랐다. 청경채 가득 올라간 요리의 이름은 포 싸오. 밑에 깔려있는 것은 바삭하게 튀긴 쌀국수 면, 즉 포인데 우리나라의 누룽지와 식감이 굉장히 유사하다. 둘 다 같은 쌀이라서 그런지 면과 밥의 차이가 있음에도 거의 흡사했다.


위에 푹 볶아진 청경채와 땅콩을 밑에 누룽지와 함께입에 넣으면 아삭하고 바삭한 맛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아! 그리고 누룽지와 맛이 흡사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소스의 주된 재료가 굴소스와 간장이었기 때문이다. 계란 노른자에 반죽한 쌀국수 면을 타피오카 가루 (전분가루의 일종으로 사용하는 듯하다)에 적셔 팬케이크처럼 바삭하게 굽는다. 그 위에 달달 볶은 청경채를 굴소스 간장에 볶아 누룽지처럼 바삭한 포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처음으로 고수향이 나지 않는 베트남 음식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마구 흡입했다. (필자는 고수를 먹지 못한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행들이 “베트남 음식을 먹는데 고수를 못 먹는다니! 너 아직 베트남을 즐길 준비가 안 됐구나”라며 놀리곤 했다.)


신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굴다리 노상


2차를 하러 자리를 옮긴다. 이곳 역시 로컬들만 찾는 곳이지만 식당은 아니다. 굴다리 아래 여러 명의 현지인들이 각자가 자신 있는 요리를 담당해 하나씩 만들고 있다. 여기저기서 하나씩 음식을 주문해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곳이다. 음식은 따로 팔지만 이곳을 총괄하시는 분이 계신 건지, 자리도 마련해 주시고 음식도 가져다주셨다. 물론 맥주도 무한리필로 계속 가득 채워주셨지..!


신기한 것은 인기가 많은지 다들 일찍 팔고 집에 돌아간다고 한다. (자신 있는 요리 하나만 만들어 팔다간다니..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반 고이 (Bánh goi)



정말 중독적인 맛을 가진 친구이다. 마치 인도의 사모사를 연상케 하고 실제로 맛도 거의 비슷하다. 겉의 튀김 반죽, 피가 다른데, 속에 가득들은 돼지고기를 베어 먹어보니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튀김만두가 생각나기도 한다.

한입 물어 속을 들여다보면 다진 고기, 버섯 그리고 양파와 당근이 알차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분짜와 함께 먹는 넴의 속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넴과 달리 밀가루로 바삭하게 튀긴 만두피가 넴보다 더 중독적인 식감을 준다.

기름지고 바삭한 요리! 맥주와 찰떡궁합이었던 베트남의 한 접시였다.



뒤에 보이는 요 핑크색의 음식은 넴 쭈어(Nem chua) 자신 있게 간판 음식으로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나의 입맛에는 조금 어색했던 진짜 로컬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쪽의 초리쪼 혹은 살라미와도 비슷한 넴 츄아는 돼지고기를 익히지 않고 발효시킨 것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찐하고 꾸리한 맛이 강해, 이 날 우리를 안내해 준 베트남 친구가 이 음식을 적극 추천했지만, 나는 아직 진짜 베트남인의 단계는 아닌 걸로.


반 꾸온 (Bánh cuốn)

갓 쪄나온 반꾸온


대망의 마지막 음식이다!  베트남의 대표 아침식사로도 불리는 반꾸온. 탱글한 쌀가루 반죽 안에 다진 고기 혹은 야채 등을 넣어서 고소하게 쪘다. 한 젓가락 들어 간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술술 들어가고 속도 편하다.

가볍게 먹기 좋아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먹는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따끈한 쌀국수 한 그릇에 이 반꾸온 한입 먹으면 든든하고 색다른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베트남어로 건배를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르겠다. 맛있고 신선한 음식들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즐거운 동행과의 시간에 시간 가는지 모르고 먹고 마시고 또 건배를 외치고..!


근 몇 나라들에서 혼자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기다 보니 백 프로의 즐거움을 느낀 시간이 드문데 이번에는 확실히 하노이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그 건배사,

못 하이 바 도! (một hai ba, dô)! “

한국말로 하면 하나 둘 셋 짠!이다.


잊지 못할 하노이에서의 미식 탐험,

독자분들도 꼭 맥주를 마시며 하노이식 건배사를 외쳐보시기를!


이 날 정신없이 먹은 음식들


엥겔지수 최고봉 직장인!
맛봉이 작가의 다양한 음식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같이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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