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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봉이 Jan 19. 2023

애프터눈 티, 영국의 오후 속으로

재잘재잘 차 한잔을 즐기는 사랑스러운 시간


나는 삼 년 정도 호주에 거주했고 그중 반년은 오래된 티하우스에서 일을 했다. 클래식한 티하우스다 보니 연세 지긋하신 호주 할머니 할아버지분들께서 많이 방문했다.

가게의 많은 오래된 단골손님분들이 차 한잔과 스펀지케이크를 먼저 시켜놓고 친구를 기다리시곤 했다. 그러다 일행이 오면 세상 아이 같은 웃음으로 좋아하시며 즐겁게 “Scone with jam and cream, please!”라고 외치시던 모습이 종종 떠오른다.  열심히 서로 밀린 근황을 나누다가 차를 다 마시면 한두 분씩 자리를 떴다.


귀엽게 주인을 기다리던 케이크와 디저트들

갑자기 영국의 애프터눈 티 얘기를 하는데 왜 호주가 나오냐고?

바로 가게의 분위기, 메뉴 그리고 배경 모두 영국의 오랜 티하우스의 모습을 반영했고 실제로 역사적 배경에 의해서 영국과 호주가 꽤나 비슷한 문화를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부터 직접 보고 배워온 옅은 지식으로, 영국의 차 문화를 소개하고 직접 영국에서 맛본 애프터눈 티를 독자와 재밌게 얘기해보려고 한다!


맨체스터에서 맛본 유명한 삼단 애프터눈 티

한국에서 흔히들 아는 애프터눈 티세트는 이렇게 삼단 3단 트레이에 나온다. 실제로 몇몇 호텔에서 3단으로 나오는 경우를 종종 봤고 맛본 적이 있다. 그러나 구성은 따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본토의 디저트와 핑거푸드의 맛, 풍미를 완벽히 따라 하기란 참 어렵다.


내가 현지에서 맛보고 경험한 애프터눈 티는, 맛 자체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었다. 친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가운데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을 한가득 쌓아두고 차를 나눠마시는 문화라니…! 이야기만 들어도 너무 사랑스러운 문화이다.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1단부터 3단으로 향하는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갓 구운 따끈한 스콘,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딸기잼


1단을 먼저 먹고 나서 2단, 3단 차례대로 먹는 이유는 맨 꼭대기에 가장 달콤한 케이크, 디저트들이 있기 때문이다. 맨 밑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맛이 덜한 핑거 샌드위치 그리고 그다음 칸에 스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케이크를 먼저 먹는다면 스콘과 샌드위치의 신선한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고유의 맛을 즐기기 위해선 순서를 지켜서 먹어주는 게 좋다.


여기서 한국의 베이커리나 디저트 가게에서 잘 따라 하지 않는 영국만의 특별함이 있다. 바로..

‘클로티드 크림!‘


한국의 다양한 스콘을 봤지만 제대로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 잼을 주는, 클래식한 스콘가게는 본 적이 이 잘 없다. 나는 클로티드 크림과 스콘, 잼의 조화가 스콘을 먹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유를 가열하면서 응고돼 뻑뻑해진 이 노란색의 크림은 영국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찐득한 제형에 단맛은 없고 고소함이 가득 남아있다. 부드러운 크림 위에 딸기잼을 발라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 찾아온다.


홍차를 붓기 전의 티팟과 티컵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나니 씁쓸한 티가 절로 생각이 난다. 애프터눈 티 세트를 시키면 이렇게 티팟과 티컵이 세트로 나오는데, 티팟 안에는 찻잎이 그물망에 걸려있어 뜨거운 물로 잠깐 우리다가 빼면 된다.  


호주의 티하우스에서 일할 때 지식을 잠깐 빌려 말하자면, 티는 블랙티와 화이트 티로 나뉜다. 처음엔 화이트 티를 달라해서, “잉.. 그게 뭔가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블랙티에 우유를 사이드로 제공해 주면 화이트 티가 되는 것이다. 우유를 티에 넣어 마시면 화이트 티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일하던 티하우스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티가 있었다. 잉글리시블랙퍼스트, 얼그레이, 프린스 오브 웨일스, 울롱티 등등… 하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단연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


영국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 자주 마신 티라 하여 이름도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이 홍차의 씁쓸한 맛이 다양한 핑거푸드 그리고 디저트와 잘 어우러진다. 이 티에 삼단 트레이의 애프터눈 티가 아니라 스콘과 잼 그리고 크림만 먹게 되면 또 그건 그대로 붙이는 이름이 있다.


데본셔 티 (Devonshire Tea)


영국의 오랜 베이커리 : 메종 베르토 ( Maison Bertaux)

스콘에 잼과 크림이 나오는 간소화된 애프터눈 티이다. 클로티드 크림의 주요 생산지인 영국의 데본과 콘월 지역의 이름을 따왔다. 실제로 호주에서 일할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가장 많이 찾는 메뉴였는데, 크림을 먼저 바를 건지 잼을 먼저 바를 건지에 대한 귀여운 논쟁이 있다. 나의 경우는 스콘을 반으로 가른 다음, 단면에 당연 크림을 먼저 바른다. 그 위에 잼을 발라야 이쁜 모양으로 한입 베어 물기 좋은 스콘이 되기 때문!!


귀여운 스콘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나에겐 영국에서 먹은 애프터눈 티가 단연 최고일 것이다. 추운 겨울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스콘과 티를 마신 기억이 선명하다. 이래서 본토의 맛이란 건 정말 다르다고 하는 것 같다. 그 나라의 날씨 분위기들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 식당과 음식에 대한 인상을 결정시키기 때문!


할머니 가게에서 나에게 레모네이드 스콘 레시피를 강력 추천해 주셨다. 많이 게으른 탓에 아직 구워보지는 않았으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게 된다면, 그 레시피의 스콘을 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스콘을 잔뜩 구워 가운데 쌓아놓고 각자 차를 마시며 즐겁게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겠지?

다음에는 그 레모네이드 스콘의 레시피를 연구해서 글을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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