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 피드에선 팝업 인증사진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성수동 연무장길은 팝업거리라 부를 정도로 매주 새로운 브랜드의 팝업이 MZ의 즐길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에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핫플과 더불어 소비문화로 떠올랐을까.
온라인이 일상이 되었는데 오프라인의 팝업스토어가 마케팅에 빼놓을 수 없는, 대기업에서 공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온라인에서의 정보와 이야기보다 오프라인 속에서 공간 속에서 체험하는 콘텐츠에 대한 매력과 재미가 핫플과 전시를 보며 나의 콘텐츠를 인스타에 만들어가는 요즘 소비자에게 커피값만 있어도 친구들과 테마 파크의 즐거움처럼 놀 수 있는 참신한 경험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팝업스토어는 오픈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초창기 팝업스토어는 2010년대 초 백화점에서 입점을 앞두고 있거나 입점 가능성이 있는 신규브랜드에게 단 기간 동안 매장을 운영, 모객 능력과 매출액 등을 파악하여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되었다. 그런 이유로 제품 중심의 기능성과 관련 정보, 그리고 가격 등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영업 전략이 중요했다.
그러나 성수동의 대림창고를 그 시작으로 브랜드 팝업 행사들이 성수동과 한남동 일대로 확대되더니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외여행을 통해 접하던 경험들을 팝업스토어의 체험 콘텐츠들이 제공하며 이제는 하나의 경험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왜 요즘 친구들은 팝업을 챙길까
예쁜 카페가 한참 늘어가던 7년 전 즈음, 그 시기에 인스타그램에 카페 투어를 올리는 것이 핫했다. 카페 투어로 인기 높은 인스타그래머들의 피드를 보면 하루에도 몇 곳의 카페들을 가는 데, 솔직히 커피 값 한잔 4~5천 원 정도에 디저트까지 함께하면 하루에 카페투어 몇 곳이면 몇 만 원을 쓸 것 같은 곳이었다. 그런 현상이 이해가 되지 않아 연남동에서 카페를 하던 지인에게 요즘 카페 투어하는 친구들은 돈이 많나 봐? 어떻게 매일 저렇게 다니지?라고 물어보니 나름의 법칙이 있다며,
하루에 한 곳은 커피나 디저트를 제 돈 내고 제대로 챙기지만 나머지는 거의 공간 인테리어나 인스타에 올릴 만한 감성 아이템을 찍으며 그 카페를 다녀왔다는, 일명 인증용 사진을 찍어 그것을 자신의 인스타에 올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고객의 마신 커피잔을 찍는 사람도 있다고.
커피와 디저트, 카페라는 취향을 자신만의 콘텐츠 아이덴티티로 삼아 정보력과 시간을 투자하며 발품을 팔아 팔로우를 증가시키는 그들만의 노하우였다.
시간도 많고 체력과 열정은 최상이지만 지값이 얇은 그들이니 약간의 트릭은 애교로 봐주는 걸로...
그런 가성비를 탑재한 인스타그램 문화가 브랜드의 DNA를 한정된 시간 동안 참신한 콘텐츠로 경험하는 것으로 채워 ‘한정판 경험’ 마케팅으로 이어진 것이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가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로 급부상 이유도 바로 팝업 공간에서 돈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즐기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매력적인 이미지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
더욱이 온라인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브랜드의 경험을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인원만이 즐길 수 있는 한정판 콘텐츠를 경험하고 있는 나의 멋진 모습을 만드는 데 팝업이 가장 쉬운 방법 중하나라는 것이 소비자를 팝업에 줄 서게 하는 이유일 터.
팝업스토어, 모두 재미있을까?
초창기 팝업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어떻게 하면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였다면 요즘 성수, 한남, 가로수길 등에서 열리는 팝업들은 제품보단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브랜드의 DNA를 녹여, 팝업 공간 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팝업 한정판 굿즈, 포토스폿과 인스타용 이벤트 등을 필수로 운영한다.
취향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특성이 일상의 엔터테이닝 요소와 연결되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실제 소비까지도 이어지게 된다.
이런 팝업스토어에서 이뤄지는 체험들은 그렇기에 차별화된 콘셉트 기획과 이를 기반으로 밀도 있는 공간 내 경험 설계가 중요하다.
웨이팅 하더라도 핫플, 전시를 챙기고 발품을 팔아 남들이 모르는 곳까지 찾아가며 카페 투어를 다닌 요즘 소비자들의 경험은 생각보다 내공이 깊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있는 팝업 비즈니스
성수동을 허브로 팝업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프로젝트R은 자신들의 팝업 렌털 공간에서 100개 이상의 기업들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어지간한 광고 캠페인보다 더 나은 마케팅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가시적인 마케팅 성과에 디지털 마케팅 효율이 예전과 같지 않은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에서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며 성수동에 팝업 자리를 알아보러 다닌다고 한다.
이런 수요는 팝업 공간을 중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하게 되었고, 작년에만 130건 이상을 거래했다고.
팝업 렌털 공간을 운영하는 모 대행사는 공간 렌털뿐만 아니라 브랜딩, F&B, 광고 홍보에 이르기까지 마케팅 기획부터 실행의 전 영역을 대행하며, 이런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대행사들이 이젠 광고대행사들과 경쟁하는 모습이다.
이는 핫플 중심으로 팝업 렌털 공간들이 형성되어 있어 높은 트래픽을 개런티 할 수 있고 기존 매장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상대적 저렴한 비용으로 브랜드의 힘을 짧지만 굵게 보여줄 수 있으며,
전광판 광고나 DA광고 등에 비해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측면으로 가성비가 높을 수 있는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광고 등은 일방적인 전달에 그칠 수 있으나 오프라인의 팝업 현장에서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우리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기도 하다. 나 또한 매니징하던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이 없었기 때문에 늘 백화점 팝업 행사에서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나도 몰랐던 우리 제품의 장점과 개선해야할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기도 했다.
팝업에 가는 나, 어떤 가치를 얻기 원할까?
신제품이나 론칭 브랜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얻는 미디어는 매달 나오는 잡지였다. 서점만 가도 이런저런 잡지를 통해 얻는 트렌디하고 새로운 정보들은 남보다 앞선 소비 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
요즘도 그러할까?
빠른 정보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핸드폰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번 주 팝업 리스트를 챙기게 될까?
요즘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브랜드 자신들만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DNA와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자 하는 작가와의 아트 협업, 또는 타 카테고리의 브랜드와의 협업 이벤트들도 기꺼이 하며 새로운 컬처를 만들어 가는 데 공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친구들이 팝업을 챙기는 이유가 한정판 경험과 굿즈,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정보가 인스타그래머블한 남보다 앞선 나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다.
예전 서점 잡지코너에서 패션지를 꼼꼼히 챙겨보던 그대로를 요즘의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즐길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콘텐츠로 그 이상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