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좋아할까 싶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카페가 생긴다.
사거리를 마주 보고 별다방끼리 경쟁하고 그 옆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영업을 한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카페마다 아침부터 자리 잡은 카공족이나 간단하게 업무를 보는 사람들, 브런치나 점심 후 커피 한잔이 루틴이 되어 버린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커피 전문점의 아침은 카페인으로 활력을 만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후가 되면 다시 카페인의 힘이 필요한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고, 이런 풍경은 영업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2년 말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가 9만 9천 개로 전년 말보다 17.4%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자영업이 힘들다고 해도 커피 음료점 숫자는 증가했고, 이는 편의점이나 치킨집보다도 많다(https://www.yna.co.kr/view/AKR20230107028400003)
한국인이 일 년 동안 마시는 커피는 367잔으로 하루 1잔이 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가장 무난한 선물이 별다방 쿠폰이다. 올 커피 매출을 약 8조 6000억 원으로 예상할 정도로 커피 소비는 성장하고 있다.(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2&no=958509)
의기양양하게 오픈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폐점하는 곳도 있고, 월세를 걱정하는 카페도 많다는 것도 현실이다.
커피 한잔으로 일상 속 비 일상을 만나다
인스타에 넘쳐나는 카페 투어 피드, 홈카페 유튜브 콘텐츠, 각종 커피 관련 건강 뉴스 등 흥미로운 커피 콘텐츠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커피와 함께하는 취향, 라이프 스타일을 접한다.
별다방은 문화를 판다고 했던가.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린 그들의 비즈니스 지향점이지만 핫플이 아니더라도 가치관이나 취향과 관련 있는 컬처 기반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네 카페들도 속속 등장하며 커피를 통해 자신들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한다.
내겐 일상 TPO에 따라 선택하는 로컬 카페들이 있다.
정신없던 시간과 단절하고 오롯이 나만의 감각을 열고 싶을 때 가게 되는 카페 한 곳과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스트레스와 피로로 만들어진 무기력을 날려버리기 위한 주말 트레킹의 마무리를 찍어주는 또 다른 카페.
카페 연필.
티 하우스 같은 공간 감성과 느긋하고 다정하게 퍼지는 음악이 반겨주는 곳으로 다양한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로부터 셀렉한 원두들을 드립 및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와,
함께 먹었을 때 서로 궁합 좋은 페어링 디저트 등을 제공한다.
수준 높은 커피 맛과 디저트도 매력적이지만, 꽤 오랜 시간 모았을 듯한 핀란드의 아라비아 빈티지 컵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점도 오너 바리스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지나치듯 보면 작은 동네 카페지만 이곳의 문을 여는 순간 몰입과 힐링의 기운이 느껴진다. 단정하고 섬세한 말투와 태도가 자연스레 고객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며, 카페 이름인 연필에서 연상되듯이 몽당연필과 메모지가 비치되어 고객 누구든 각자의 끄적이는 시간도 제공한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인 곳이다.
나 역시 처음 그 문을 열고 난 이후
정성스레 내려준 커피 한잔을 사람 속에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남이 만들어 준 힐링 풍경 속에서 깊게 빠져들어 정신의 디톡스가 필요할 때 연필에 간다. 마치 산사의 차방에서 다도를 즐기듯.
- 요즘엔 핫플이 되어 이런 정서를 느끼기 힘들어졌으니 주말보단 주중에 방문해 보길 추천.
주말 새벽엔 바쁘다.
급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트레킹 하는 날이라 일찍이 일어난다.
평소에는 탄단지를 감안하여 탄수화물을 하루 필요한 양만큼만 먹으려 노력하는 데, 트레킹을 하는 날엔 아낌없이, 먹고 싶은 만큼 탄수화물을 먹는다.
등산, 트레킹 같은 몸을 격렬하게 움직여 에너지를 많이 태울 때는 빠르게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탄수화물을 미리 먹어줘야 에너지 소진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고, 트레킹 중에도 행동식으로 달다구리 등도 먹어줘야 한다.
이렇게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한 날엔 달다구리 커피로 유명한 카페에 간다.
땀 흘린 보상과 함께 고 칼로리 커피로 일탈을 만끽하고 싶은 길티 플레저의 날.
나이가 나이인지라 달달한 커피는 가급적 주중에는 마시지 않는다. 혹여 마신다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 정신줄을 놓고 달다구리라도 빠른 보상이 필요한,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그런 날이다.
산 근처 동네에 힙스터 카페가?
‘등린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10~20대들이 인증샷 & 자기 효능감 확인한다며 부쩍 서울 근교 산들을 등산하는데 이런 초보 등산가들을 일컫는다. 작년 여름엔 내 인스타 피드도 등린이들과 함께 한 것들로 가득이었다.
이 등린이들에게 유명한 산 중 하나가 ‘아차산’.
서울 시내 안에서 교통이 편하고 등산 복장을 특별히 갖추지 않아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평이한 등산로,
그리고 '신토불이떡볶이'로 유명한 근처 맛집 등이 즐비해 요즘 매 주말 북적북적한 핫플이다.
이 근처에 힙지로 스타일의 카페가 동네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MZ들이 좋아하는 을지로의 핫플 느낌이 나는 공간과 쉽게 볼 수 없는 수동 레버머신으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를 제공한다. 함께하는 디저트로 이것 먹으면 혈당 폭주하겠다 싶은 디저트도 내놓는데,
Push your life라는 카페의 슬로건처럼 딱, 나의 일상을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일 힘이 필요하거나 그 힘을 다 소진하였을 때, 이쯤이면 먹어도 좋겠다 싶은, 길티 플레저 카페다. 그야말로 땀 흘린 만큼 달달하게 보상해 주고 싶은 날 나 역시 이 집에서 탄수화물과 카페인으로 기분을 올려준다.
환경과 건강도 중요하지만 달콤함도 놓칠 수 없어 함께하는
Sweet & Sweat, 푸쉬커피는 나처럼 주말이면 등린이들로 북적북적하다.
땀 흘린 만큼 모두 기분이 좋아 보이고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 한잔이 들어가니 주중 피로감이 해소된 듯하다.
에너지가 넘친다, 이 카페.
자신들이 중요하게 인식하는 필환경 가치를 고객과 함께하려고 한 달에 한번 아차산 플로깅을 진행하고,
타블로이드 소식지를 통해 카페 이야기를 꾸준히 나눈다.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굿즈들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다. 이런 콘텐츠들이 쌓여 푸쉬커피만의 컬처가 되고 아차산 베이스의 필환경적 힙스러움이 힙지로에 2호점을 내는 동력을 만들어냈다.
의욕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아쉽게도 꿈을 접게 되는 카페도 많지만
내가 가는 카페처럼 동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카페들이 커피 전문성은 기본으로 자신들의 작지만 꼼꼼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콘텐츠로 입소문나
핫플이 되고, 핫플에 2호점을 내기도 한다.
동네 작은 카페에도 그들만의 컬처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컬처는 공간에서, 메뉴에서, 굿즈에서, 프로그램에서 소비자가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고 날마다 성실하게 실행된다.
아마도 여러분이 자꾸만 가고 싶은 카페에도 그들만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있을 것이다.
주인의 환대든 지속적으로 바뀌는 메뉴든, 아니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공간 곳곳에 나를 자꾸만 오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제공되는 동네 카페를 발견하게 되는, 요즘 그래서골목 산책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