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ice Five Feb 27. 2023

말 걸고 싶게 하는 CRM 이메일 화법?

규격화되고 자동으로 보내지는 이메일이겠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결제를 망설이고 있는 잠재고객에게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하는 이메일 메시지 전략이 있을까?


최근 해외 넘사벽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의 온라인 쇼핑 직구를 하면서

'제품 잘 만드는 회사는 이메일로도 브랜드 로열티를 만든다'는 경험을 했다.


하루에도 적게는 수 십 개에서 수 백개의 메일을 받지만

주로 업무 메일이나 구매 관련 이메일만 체크하고 나머지는 바로 휴지통으로 쏙.

그나마 온라인 쇼핑 구매 건만 놓치지 않고 열어 보는 편으로 대개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때론 어뷰징 타이틀로 들어오는 것은 업무 차원에서 열어 본다. 어떤 제품이길래 이런 어뷰징을?


지구 온난화는 커피나무 성장에도 관여하여 커피 생두 수확률이 떨어지고 생두 가격 역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잔도 더 이상 가볍게 마실 가격이 아니다.

요즘의 미친 물가 상승도 한 몫하고 있지만 이젠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볍게 누리기 힘든,

커피 한잔의 낭만을 위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거 같다. 초창기 커피 역사의 특권층만 누리던 그때처럼.


비싸진다는 트렌드가 지갑을 닫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한정판 또는 비싸더라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있다. 내가 그렇다.

이런 소비 성향은 국내에서 로스팅하는 커피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의 원두를 직구하여 ‘값비싸지만 소확행의 가치’로 커피 한잔을 내리며 나름의 가심비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에 업로드한다.

커피와 함께 하루를 열고  끊임없는 업무의 중간중간 잠깐의 쉼과 그리고 시작의 준비를 커피와 함께하는 리추얼 시간을 갖는다.


그 소중한 리추얼에 미국 오** 커피랩의 원두를 그들의 온라인 몰을 통해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제하기 전, 환율이 적용된 가격에 페덱스 이용료까지 더하니 원두 몇 가지 가격이라고 하기엔 하이 퍼포먼스로 유명한 휴대용 수동 그라인더 가격에 육박했다.

망설이게 된다... 차라리 봄이 되니 맛 좋은 와인이나 쌓아둘까?

이런저런 내 취향의 대체제를 고려하다가

회원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미련이 남으니 장바구니를 비우지 말고 일단 여기에서 멈추고 철수.



***, 잊은 거 없어?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 이메일이 왔다. 리타게팅처럼.

그러나 '네가 방금 이거 관심 있었잖아? 이거 곧 품절이야' 이런 문구는 아니었다.

영어로 왔으니 한국인 소비자로서 왜 반말?이라고 느낄 수 있는 비격식적인 말투이지만

'카트엔 네가 구매하고 싶은 제품 잘 담아두었으니, 결제하는 데 클릭만 간단하게 해 봐~

 그리고 혹시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 우리랑 챗을 하거나 이메일 보내도 되고!'

(물론 나의 내 맘대로 해석일 수도 있지만, 해외 직구를 십 수년 이상 해 온 나로선 이들이 상당히 프렌들리 한 CRM 메시지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오프라인 매장의 매니저가 단골에게 말하는 것 같은 대화법을 이메일 구매 푸시 콘텐츠 톤 앤 매너로 세팅해 두었다. 별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고객과의 THE MOMENT OF TRUTH 라 여기는 이 브랜드가 제품력 외에 브랜드를 시간을 들여 알고 싶어졌다. 브랜드 히스토리가 궁금해서 자발적으로 이것저것 서핑하는 것도 오랜만)

희안하게 궁금한 것은 없었으나 답메일을 하고 싶었다. 아니면 제품 추천을 받아볼까?


간단하지만 짧은 문장의 메일을 받았지만 이상하게 이 브랜드의 커머스 프로세스도 알고 싶고,

넘사벽이라는 원두 맛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뭔가 소비를 통해 이 브랜드와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보내준 결제창 링크를 클릭하여 바로 구매 완료?


안타깝게도!

다시 구매하기 전 온라인 쇼핑몰 내 콘텐츠들을 살폈다.

더 시간을 들여 꼼꼼히.

진짜 구매 완료

첫 방문에 담았을 때보다 오히려 몇 개 더 집어 장바구니에 쏙.

달러를 쓸 바엔 무관세 한도까지 한번 채워보자는 심리 반, 나머지는 이들이 다루는 다양한 원두를 가급적이면 많이 맛보고 싶은 욕심이 없던 소비까지 만들어냈다.



장바구니에 넣고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잠재고객을

고객으로 단번에 사로잡은 그들의 CRM 이메일 화법,

무엇이 다를까?


간단하게


1. 회원가입 필요 없이도 간단한 결제 고도화

- 나는 회원 가입하면 사고 싶던 마음도 쏴악 사라지는 귀차니즘이 구매 장애가 되는 전형적인 소비자 유형으로 브랜드가 자사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있다면 스마트스토어로 구매하는 편이다. 물론 포인트도 적립하여 다른 쇼핑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매우 좋다(리디에서도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여 매우 흡족).

국내처럼 '3초면 회원가입 돼요~' 이런 것도 없는 해외 직구 특성상 회원 가입 절차도 복잡하고, 대형 글로벌 플랫폼이 아닌 이상 해외 직구 소비자가 구매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리는 결제 프로세스에 비해 오**커피랩은 내가 결제 직전 단계에서 멈춰서 남겨진 이메일 주소를 통해 바로 리타게팅을 하고 CTA버튼으로 구매 페이지로 안내한다. 제품도 좋은데 구매 편의성도 최고.


2. 오프라인 매니저와 얼굴 보며 대화하는 것 같은,

친근한 화법을 통해 느껴지는 브랜드 호스피탈리티로 디지털로 맺어진 브랜드- 고객 관계지만 뭔가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진다.


3. 구매 후 오글거릴 정도로 '너의 구매는 우리 브랜드가 존재토록 하는 서포트'라는 감사 인사.

단순 소비가 아니라 실력 있는 브랜드가 앞으로도 망하지 않고 잘해나가라는 '응원 소비'의 가치를 부여해줘 고객 스스로가 프라이드 뿜뿜.


4. 구매 제품 배송 상황에 대한 빠른 업데이트 안내 메일

(그런데, 이 글을 쓰며 다시 도착 메일 체크해 보니 잘 받았냐는 확인 이메일은 안 오네? 원래 안 오는 건가? 아니면 제품 잘 쓰고 있냐고 올까? 이메일로 매일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 내가 이들의 메일이 기다려지네?)

내 제품 어디까지 왔나? 잘 오고 있나? 궁금하지 않게 도착 하는 내내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브랜드와의 관계를 keep in touch.



잘되는 브랜드는 이메일 커뮤니케이션도 역시 한 끗 다른 디테일이 있다.

비싼 커피 경험했으니 한 번이면 족해! 대신

달러강세라 직구를 통한 가심비 소비는 절제해야 하지만, 기꺼이

얼른 다 마시면 또 사야지?라는 고객 스스로 재구매의 니즈를 만들어내게 한다.


직구 한정판 최고급 커피 수혈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돈 벌어야겠네.

작가의 이전글 베를린에서 온 힙스터 커피에 대한 관전 포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