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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아 Nov 03. 2022

여기 있어 줄게

이태원을 추모하며


며칠째 마음이 복잡하다. 아마 온 국민이 그렇지 않을까. 아프고,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야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나.


그런 마음으로 11월 복귀를 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일터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나도 손님들도 며칠간의 일로 또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새로운 불안감으로 즐겁기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내 할 일인지라 밝은 얼굴과 목소리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여행으로 들뜬 가족들이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받아준다. 가장 힘든 날에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무던히 흘러간다.


그렇게 손님들이 타고 내렸다.

다시 손님들이 타는데 이번엔 수학여행을 가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단체가 보인다.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그냥 즐겁기만 하면 좋겠다. 그 나이에는 그것이 그들이 가진 권리다. 

앳된 얼굴들이 웃으며 들어왔다. 그 얼굴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한 번씩 시야를 가렸다.

'안돼. 아이들을 더 반갑게 맞이해야지.'

마음을 가다듬어 보지만 한동안은 젊은 사람들을 보면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손님들을 다 태우고 출발 준비를 했다.

비행기는 출발을 위해 엔진을 스타트하면 날개 뒤쪽으로 연료 냄새가 일시적으로 들어온다. 곧 사라질 냄새지만 앉아 있는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뒤쪽으로 탑승한 고등학생들이 걱정되어 뒤로 가 보았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불안감이 보인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본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이들은 어른들을, 이 세상을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혹시 냄새에 대해 질문을 할까, 불안해할까 싶어서 아이들 옆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무 질문도 없다. 아이들은 아직 그런 존재다. 어른들이면 벌써 물어봤을 일을 물어도 될지 안 될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다. 어른들이 알려 주겠지, 괜찮으니까 아무 말이 없는 거겠지 하며 말이다.


제일 뒤에서 아이들의 까만 머리들을 보았다.

나 또한 자식을 둔 부모로서 이 아이들의 부모 또한 어떤 마음일까.

다시 나가 아이들 한가운데서 우뚝 섰다.

'아이들아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여기 있을게. 내가 최선을 다해 지켜줄게.'


제주에 도착해서 내리는 아이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즐거운 여행 하라고 한 명 한 명에게 말했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우리는 안다. 이 괴로움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그래도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이 슬픔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더 이상 아이들이 프지 않기를,

불안감이 마음에 자리 잡지 않기를,

모두가 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참사를 통해 배우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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