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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아 Nov 22. 2022

루이뷔통 며느리 되기

업그레이드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몇 년 전에 알게 된 세계적인 모델의 이름이다.

그녀는 러시아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미모로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루이뷔통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며느리가 되었을 때 사실 그녀보다 그녀의 시아버지 때문에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왜냐하면 어떤 책에서 보았던 베르나르 아르노에 대한 서술과 그의 사진은 한 번에 봐도 그가 여간 깐깐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재력과 미모,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본인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상류 사회로 갈수록 제약이 많다는 건 나의 착각일까?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이 결혼을 가능하게 했는지가 궁금했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는 어린 시절 빈민가에서 지냈으며 자매 중 한 명은 중증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과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어머니를 도우며 살아가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모델 일을 시작한다. 그 뒤 성공 가도를 달렸고 19살 나이에 13살 연상이던 영국 귀족 가문의 남자와 결혼했다. 그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고 10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했다. 그 후에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아들과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하며 두 아들을 더 낳았고 7년간의 동거 끝에 결혼했다. 그렇게 그녀는 루이뷔통 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아무리 아름답다지만 무엇이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 걸까?


그녀의 시아버지에서 시작된 관심은 이제 그녀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녀의  스토리 중 내 이목을 끈 부분은 영국 귀족 저스트 포트만과의 10년의 결혼 생활이었다. 그는 귀족이었지만 능력은 없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19살 그녀가 그를 만나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낭비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10년이 있었기에 그녀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그 10년은 그녀가 외모에 맞는 품위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그녀 자체만으로도 멋진 사람임이 분명하겠지만 내 나이 열아홉을 생각하면 너무나 미숙하고 아는 것이 없다. 19살 나이에 13살 연상이며 귀족이던 남편을 만나 인생이나 매너, 품위에 대해 배우지 않았을까. 그 10년으로 외모뿐만이 아니라 내면도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직업도 출산도 그녀를 성장하게 했겠지만 말이다.


살다 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만나곤 한다. 그럼 나에게도 내 인생을 업그레이드 한 순간이 있었나?


먼저 생각나는 건 대학이다. 대학은 졸업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 벼락치기로 승부를 보던 나는 고등학교에 가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막연히 대학은 가고 싶었던 지라 고3이 되어서야 조금 공부에 손을 대었고 그렇게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갔다. 대학에서도 공부는 마찬가지여서 1학년 때는 시험기간에 백지를 내고 나오는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엉망이던 대학 생활이었을지라도 그 기간이 나에게 아주 중요했음을 어른으로 성장하며 알았다.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세상으로 바로 나온 다는 건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나에게 그 4년이라는 시간은 어른으로 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하고 시도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에 늘 감사한다.


두 번째는 내가 25년째 몸담고 있는 회사와 내 직업이다. 일단 내 직업은 내가 나고 자랐던 공간으로부터 나를 독립시켜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했으며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게 해 주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음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나는 삶에 대한 나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의 생각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삶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준이 없다면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살기 쉽기 때문에 삶에 대한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보았던 영화(어린 시절 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오빠와 함께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 명화 극장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곤 했다.), 그림, 음악, 책, 사람들 사람들... 사람을 통해서도 인간은 성장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위에 것들로 인해 나는 업그레이드되었음이 분명하다. 물론 인생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는 삶.

나는 그 즐거움을 안다. 그 즐거움을 안 이유로는 배우는 것이 싫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살아오며 느꼈던 이러한 생각들을 내 아이들도 느끼기를 바란다. 나는 내 아이들이 삶의 경이로움과 재미를 알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렇게 업그레이드된 삶으로 루이비통의 사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죽는 날까지 사고하고 배울 수 있는 명품의 삶을 살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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