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같은 사람

여자에게 설레는 편

by 김곤

ㅣ 선 결정 후 시청


<여자에게 설레는 편>은 퀴어 콘텐츠를 비평하기로 마음먹은 뒤 찾은 작품이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다 보지 않고 선 결정, 후 시청을 했다. 그 이유는 수낫수 감독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낫수 감독님의 작품을 이번 <여자에게 설레는 편>이 아닌, 2019년 유튜브와 퀴어 영화제 <찰나>로 알게 되었다. 그동안 퀴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퀴어의 삶을 보여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오신 것을 알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에게 설레는 편>은 다른 세대를 살아온 퀴어들의 차별점들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들로 비평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ㅣ 퀴어 콘텐츠


요즘엔 퀴어 콘텐츠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퀴어 웹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는 “다양한 장르를 고민하던 중 BL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현상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 극적 요소를 가미한 드라마가 아닌, 리얼한 퀴어 콘텐츠는 왜 세상에 나오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라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이 동기로 단순히 퀴어 콘텐츠를 상업적으로만 생각했다는 좋지 않은 의견이 쏟아졌다.


이렇게 퀴어 요소를 가진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 이것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과거였다면 이러한 콘텐츠들이 제작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말 퀴어 요소의 인식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것을 단지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요소로 적용된 것은 아닐까? 퀴어의 인식을 좋게 만들어 준다면, 상업적으로 자극적이더라도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ㅣ <여자에게 설레는 편>


퀴어들의 인식 변화 속에서 <여자에게 설레는 편>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설’과 ‘정원’이다. 설은 20세로 당돌하고 유쾌한 성격을 갖고 있고, 정원은 33세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주인공들의 옷차림인데 설은 다양한 옷들을 입고 보이는 반면 정원은 항상 셔츠만 입고 다닌다. 또한 설은 주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정원은 그러지 못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디킨.PNG 설이가 본 디킨슨의 방 전단지

정원은 “디킨슨의 방”이라는 작은 여성 전용 술집을 운영한다. 설과 정원이 처음 마주치는 공간으로 이 드라마 속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거의 대부분 이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설과 정원은 사실 이모와 조카 사이다. 정원은 가족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을 처음 보았을 때 굉장히 놀라며 당황한다. 하지만 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켜 달라 부탁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설의 모습에 정원은 안심한다.


정원은 디킨슨의 방을 꽁꽁 숨겨 두었다. 간판도 달지 않았고, 디킨슨의 방 SNS 또한 비공개를 유지 중이다. 정원은 좋지 않은 댓글, 관심들을 걱정하여 간판을 달지 않았고, SNS를 항상 비공개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설은 이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항상 손님이 없는 술집을 보며 이대로 망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다 정원 몰래 디킨슨의 방 SNS를 공개로 돌린다. 설이 공개로 돌린 것을 알자 매우 화를 내며 설을 해고한다.


사실 설이가 SNS를 공개로 돌린 뒤, 정원이 걱정한 것처럼 안 좋은 시선들이 쏟아진 것은 아니다. 설이의 친구의 홍보로 디킨슨의 방은 새로운 손님들로 북적였고, 자연스럽게 수입은 늘어났다. 하지만 정원은 무서웠던 것이다. 자신과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다. 설이가 해고당한 뒤, 매일 디킨슨의 방을 찾아와 일을 도와주고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설이는 정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아 너는 운이 좋은 세대야. 사장님의 세대는 우리랑 좀 다를 거야.
삶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어, 강요할 수도 없고.

실제로 정원은 자신이 이 사회의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디킨슨의 방을 만든 것이고, 그 이유로 디킨슨의 방 또한 자신처럼 숨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으로 정원이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퀴어에 대한 시선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1.PNG 정원과 설이 이야기 나누는 장면

이제야 정원의 마음을 이해한 설은 정원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설 자신도 이 디킨슨의 방이 너무 소중해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정원에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숨지 말고 당당해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정원은 설이의 진심을 받고 당당해지기로 결심한다. 정원의 내면이 달라졌음을 잘 보여주는 것은 디킨슨의 방 간판이다. 주변을 3바퀴 돌아도 찾지 못했던 디킨슨의 방 간판을 달면서 정원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평소 짝사랑하던 사람(이성애자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거리를 두었지만 그 사람은 정원에게 호감 표시를 하기도 함)에게 당당히 고백도 한다.


ㅣ 2012년과 2022년


자신이 퀴어임을 밝히는 행위 즉, 커밍아웃은 당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나 정원의 세대에선 더더욱. 설이와 그 주변 친구들이 당당히 지낼 수 있었던 까닭은 과거와 현재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퀴어 콘텐츠들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서 동성애를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라고 답한 우리나라 사람의 비율이 2007년엔 18%, 2013년엔 39%, 2019년엔 44%로 늘어났다.


이 추세로는 우리나라가 퀴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2년 이전에 나온 퀴어 영화는 17개, 그 이후에 나온 퀴어 영화는 27개로 차이를 볼 수 있고, 현재 유튜브에 퀴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여러 영상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난 정원이 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나였어도 이방인이라고 생각이 들고, 굳이 나를 밝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이 20세였던 2012년과 설이의 20세인 2022년은 너무나도 달랐다.


ㅣ 그들의 사랑은 돈이 아니다.


나는 퀴어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들이 점점 개방적인 성격이 되고, 퀴어 콘텐츠들이 많아지면서 일상적으로 콘텐츠들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퀴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존재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앞서 말했던 “퀴어의 인식을 좋게 만들어 준다면, 상업적인 목적이 뚜렷한 콘텐츠를 만들어도 될까”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방영된 웹 예능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자극적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인기 예능 순위에 안착했다. 나는 콘텐츠의 상업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 단순한 돈으로 보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업적인 콘텐츠들로 인해 인식이 좋게 변화할 순 있지만, 역으로 나쁘게 변화할 수도 있다. 수낫수 감독은 다양한 퀴어 콘텐츠로 퀴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욱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단순히 호기심이 아닌 퀴어를 이해하고, 그들이 정말 다르지 않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로 남아야 한다.


ㅣ 마무리


나는 <여자에게 설레는 편>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물론 정원의 내면엔 “자신은 이방인이다.”라는 것이 항상 존재했지만 내면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들의 일상은 그저 남들과 똑같은 일상으로 보인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친구들의 애인,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며 설레어하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퀴어라는 것이 녹아져 있었다.


사실 이렇게 퀴어 콘텐츠라고 정의하는 것도 하나의 또 다른 차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퀴어를 지지합니다, 지지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도 참 웃기다. 퀴어는 그저 퀴어인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뿐인데. 그들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도 하나의 차별이 아닐까, 조심스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퀴어 콘텐츠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유튜브 수낫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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