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존재한다. 같은 장르의 영화 안에서도 저마다의 세계관을 구축하여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하는 감독들의 노력이 상당하다. 그 덕분인지 영화는 어느새 사람들의 여가 생활 한 부분에 자리 잡았고, 우리는 더 참신한 소재와 더 출중한 연기력을 기대하며 영화관으로 입장한다.
나 역시 그런 관객들 중 하나이다.
모호한 경계선 사이에서
이런 나에게 요즘, 참신하게 다가오는 영화가 하나 있다.
“없는 영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없는 영화이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한 크리에이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구상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시리즈로 사실 영화보다 콘텐츠에 가깝겠다. 없는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해도 될 법한 기발한 소재로 단편 영화를 제작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는 이 영화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여 제작된 것이 아닌,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오늘날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날카롭게 다루는 점이 좋았다. 특히 공중파나 방송사에서는 기획하기 어려운 일상의 세밀한 부분들을 잘 파악하여 영화에 녹여낸 것이 핵심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그 짧은 시간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 어려움을 잘 풀어내고, 사회적인 부분들을 현실적이게 제작한 것이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이다.
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화 한 편의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어쩐지 가슴 한편이 뻥 뚫리는 듯, 간지러운 곳을 시원하게 긁은 듯한 느낌이 든다. 유튜브는 썸네일과 제목만으로도 영상의 주제를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썸네일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으로 느낄 수 있는, 알기 꺼려지지만 알고 싶은 모호한 경계에서 나는 결국 썸네일을 눌러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다.
‘반에서 일진이었던 애들 인생’이라는 시리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는 가출 청소년들의 실태를 낱낱이 그려내 주었다. 그것도 매우 현실성 있게 말이다.
미성년자임에도 흡연과 음주를 하는 모습,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다 경비원에게 말대꾸하는 모습 등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기반을 두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하고 믿게끔 한다. 외양 묘사도 리얼리티를 추구하여 제작된 듯 보였다.
그렇게 연출하는 것에는 단순히 그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장 우리 사회에 저런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그들이 하고 다니는 행실들이 얼마나 사회에 부정적으로 비치는지에 대한 인식도 심어주고 있다. 뉴스에서 기사화될 수 있는 거리들을 맹목적으로 다뤄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없는 영화는 한부모 가정사의 고충, 어른과 연애하는 고등학생, 인터넷 방송 BJ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무거우면서도 있음 직한 사건들을 다룬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리즈가 많아서일까, 조금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대목도 여럿 있었다.
없는 영화 시리즈는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그중에서도 소위 ‘괴롭히는 자와 괴롭힘을 당하는 자’ 즉, 힘의 관계를 다루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의 문제점 대부분이 인간관계이다.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조금은 과하게 설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주인공이 자연스레 나쁜 길로 빠져들거나, 선한 사람이 악하게 되는 근묵자흑 스토리가 보통의 전개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나는 없는 영화를 응원한다. 내가 앞서 언급한 것들이 개선된다면, 정말 완벽한 영화가 될 것이다. 작업부터 연출, 편집까지 혼자 도맡은 감독 진용진은 천재이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외면하고 관심 갖지 않는 것들을 우리는 각종 매체와 콘텐츠들을 통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없는 영화’가 바로 그 첫 발걸음을 디뎠다고 생각한다.
비평은 작품과 작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며, 그 핵심이 꼭 잘못된 점만을 지적하고 비판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나는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콘텐츠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없는 영화를 평가하여 이 글을 적어보았다. 사회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너무나도 자기 자신만을 중심으로 바쁘게 흘러간다. 우리 모두 잠시 걸음을 멈춰 주위를 둘러보자. 사회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