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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운 Dec 08. 2022

꼭 하고 싶은 말, 꼭 듣고 싶은 말  ‘아이캔스피크'

트랜스 아이덴티티 캐릭터 '나옥분'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소개  

출처: 네이버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2017년 9월 21일에 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는 '나옥분' 역할의 나문희, '박민재' 역할의 이제훈 주연의 영화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명진구청의 블랙리스트 1위 나옥분 할머니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L.A에 있는 동생과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옥분의 동생은 통화하길 원치 않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가 이후 구청과의 재개발 일로 옥분과 다투면서 이 사실을  밝히게 된다. 그러면서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되고 그 일로 가게 휴업을 한 옥분은 유일한 친구 '정심'의 병문안을 간다. 그전까지는 줄곧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숨겨왔던 옥분이지만 기자의 설득으로 옥분은 치매에 걸려 아픈 정심 대신 미국 워싱턴에서 자신이 일본 위안부의 실상을 세상에 알릴 것을 다짐한다. 이로써 옥분은 대대로 뉴스에 보도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민재는 옥분에게 사과하며 그녀의 연설과 증거 수집에 도움을 준다. 이후 옥분은 민재와 구청 사람들, 시장 사람들 그리고 시민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으며 워싱턴에 도착하게 되고,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면서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하게 된다. 청문회 이후 옥분은 시장 사람들과 구청 사람들과의 사이도 많이 좋아졌고 시간이 지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 발언을 하기 위해 공항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입국 심사를 해주던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아냐는 질문에 옥분은 자신 있게 "Of course"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아이 캔 스피크' 속 실존 인물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이옥순' 여사

청문회에서 한국인 김군자, 이용수, 네덜란드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증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아이 캔 스피크' 속 캐릭터 '나옥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바로 '이옥순' 여사이다. 1928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출생하여 지난날 한때 경상북도 대구에서 잠시 유아기를 보낸 적이 있는 이옥순 여사는 유모로 일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보며 면사 공장에 다니다가 16세이던 1944년 군 위안부로 타이완(대만)에 끌려갔다가 1946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1994년 5월 나가노 시게토 법무상의 태평양전은 침략 전쟁이 아니고 ‘위안부’는 공창이었다는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이후 100회 이상 열린 증언 모임에 초청되어 증언했다. 특히 2007년에 미국 의회에서 다른 2명의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얀 루프 오헤른)과 공동으로 자신의 피해를 증언했고, 피해자들의 증언은 미국 하원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결의안은 통과되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용수 여사는 당시 증인 3인 중 현재 유일한 생존자이다. 2017년 9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아 자신의 얘기를 그린 영화를 관람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영화에 담겼다. 아직도 당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을 때의 감동이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난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제가 겪은 일들을 꼭 이야기해야 하는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난 저는 유모로 일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보며 공장에 다니다가 16세가 되던 1944년 군 위안부로 대만에 끌려갔습니다. 위안소에서 도망가려다 온갖 폭행을 당했고 잡곡과 쌀죽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일본군들은 개 돼지 보다도 더 추악했고 한국말을 하면 폭행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만행을 저지른 일본을 그냥 둘 수 없습니다. 세계 성폭력 만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반드시 사죄해야 합니다"
-이옥순 여사의 2007년 청문회 당시 증언-

그러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아도 인물 정보에 이용수 여사의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오직 지식백과나 나무 위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언론이나 기사에서 화제가 되곤 하지만 정작 그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불분명한 사이트에 의존해야만 하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일본 위안부 사실을 증언하고 평화를 위해 힘쓰는 분을 그저 할머니로만 칭하며 '이옥순'을 검색했을 때 국회의원, 기업인들만 나오는 것을 보고 분노가 일었다. 아이러니였다. 국회의원들은 광복절만 되면, 그들을 찾고 위로하며 응원하겠다는 허울뿐인 말만 늘어놓은 체 정작 국민들이 그녀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들은 그들이 온전히 차지해 버렸다. 그래서일까. 이옥순 여사는 아이 캔 스피크가 1편에서 끝나지 않고 10편, 그 이상으로 계속 이야기를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꾸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이다. 위안부 이야기가 특정 시기나 영화로 반짝 빛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선으로 이해와 지지를 보내 휴머니즘의 실현을 도모함으로써 그녀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심과 사랑을 보내보고자 한다.


트랜스 아이덴티티 캐릭터 '나옥분'

'옥분'의 갈등 상황

출처: 네이버 '아이 캔 스피크' 스틸샷

'옥분'은 크게 3가지 갈래의 갈등 상황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주위 인물과의 갈등이다. 첫 시작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그녀는 동사무소 사람들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며 민재와 재개발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위안부라는 사실이 대대로 뉴스에 보도되면서 시장 사람들과 구청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이후 시장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고 심지어 친구이자 슈퍼 주인 진주댁도 자신을 피한다. 옥분은 진주댁을 잡고 "왜 자꾸 나를 피하느냐, 나 같이 험한 과거를 가진년하고는 친구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냐"며 그간 자신이 억눌러온 설움을 토해내는데, 진주댁 역시 대꾸하기를 "서운하고 괘씸해서 그랬다. 우리가 같이 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런 사실을 왜 말해주지 않았느냐, 말했으면 내가 뭐라도 도왔을 것 아니냐,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냐. 그 긴 세월을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냐. "며 오히려 울면서 옥분(위안부 피해자 모두)을 위로해준다. 뉴스를 본 민재도 옥분을 찾아와 사과하며 그날 옥분에게 위안부 시절 이야기와 함께 그 당시 사진을 보게 된다. 옥분은 자신이 여태까지 한 영어 공부가 정심 대신에 위안부 피해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런 것만 같다고 털어놓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민재는 옥분에게 영어를 다시 가르쳐준다. 제일 많이 다퉜던 혜정도 사과의 뜻으로 자금을 보내주고 시장 사람들도 워싱턴에 갈 때 쓰라고 여러 물자들을 보내주면서 주위 사람들과 갈등을 해소한다.


 두 번째는 가족과의 갈등이다.  옥분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뒤 미국으로 넘어가 있는 동생과 대화하고 만나고 싶어 민재에게 영어 과외를 요청한다. 그러나 동생은 전화하기 싫다며 매정하게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 앞으로 가 "욕봤다. 그 한마디를 안 하고 어쩜 그렇게 딸을 수치스럽게만 여기고 동생 앞날만을 막을까 봐 전전긍긍했냐.(그 시대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어떤 시선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 " 며 한탄한다. 그렇게 위안부로 끌려가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영어를 배우면서까지 만나고 싶었던 동생이 미 하원 대기실에서 옥분을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되면서 가족과의 갈등은 그렇게 해소된다.


 세 번째는 일본 정부와의 갈등이다. 옥분과 그녀의 절친 정심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가족들에게까지 외면당한다. 그래서 정심은 영어를 배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만행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옥분이 정심 대신 연설해 달라는 기자의 제안을 받게 된다. 옥분에게 기자가 찾아오고 그는 미국 하원 의원이 일본이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HR121)을 제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전까지는 줄곧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숨겨왔던 옥분이지만 결국  하지만 결국 정심의 뜻을 이어받아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히고 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자 먼 미국 워싱턴에 가면서 그들의 사과를 촉구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옥분의 정체성이 변화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응은 여전히 그녀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 하며 강제로 끌고 간 것 자체를 부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전 세계에 정확하고 확실한 그녀의 목소리로 분명하게 전달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한걸음 내디뎠고 그렇게 옥분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연설을 하게 된다. 긴장된 상황에서 의장이 증언할 수 있느냐(Can you testify?)고 물어보자 영화 제목처럼 아이 캔 스피크(Yes, I Can Speak.)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막상 연단에 선 뒤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의장에 도착한 민재가 "How are you 옥분?"이라고 외치고 그에 놀란 옥분은 반사적으로 "아임 파인 땡큐 앤유?(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한다. 민재가 가져온 옥분의 위안부 시절 사진이 증거로서 의장에게 제출되고 마음먹은 옥분은 일본군의 만행에 상처 나 흉터로 가득한 자신의 배를 보여주며 연설을 시작한다. 이 연설로 일본이 사과했다면 옥분의 세 가지 갈등은 모두 해결되었을 것이지만 결국 앞의 두 가지만 해결되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갈등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권에 찍힌 수많은 도장들이 보여주듯이 멈춰있지 않고 나아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I am standing here today for those young girls their childhoods was   stolen away by the crimes of the Japanese army. We must remember those girls and the pain that they lived through.   Japan committed crimes against humanity, but there has been no sincere apology for the ‘Comport Women’ Issue. Let me be perfectly clear. We were threatened and forced into being sex slaves for the Japanese army. We have lived our entire lives in torment because of those memories of hell, but Japan’s arrogant attitude as they avoid responsibility gives us more pain and anger. We are not asking for too much, just for you to acknowledge your wrong doings. We are giving you the chance to ask for our forgiveness. while we are still alive, 'I am sorry' Is that so hard? If you don't want to leave a heavy burden on your future generations, then apologize before it is too late. And I ask this of all of you, please remember the history into which we were forced. This must be remembered for such history must not be repeated again."
(나는 일본군의 만행으로 꿈이 짓밟힌 수많은 소녀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그 소녀들이 겪었던 고통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일본은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얘기합니다. 일본은 강요와 협박으로 우리를 성노예로 만들었습니다. 지옥 같은 기억 때문에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우리는 일본의 뻔뻔한 태도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더 고통받고 분노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무리한 요구들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들이 용서받을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죄송합니다'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후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인정하고 사과하시오.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꼭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꼭 기억해 주세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슬픈 역사를...)

-옥분의 영어 연설-


트랜스 아이덴티티 캐릭터 '나옥분' 분석

이 영화에서는 주목할만한 트랜스 아이덴티티 캐릭터로 주인공인 '나옥분'이 등장한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6관왕을 포함, 무려 15개의 트로피를 수상하여 그녀의 연기력과 더불어 나옥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 보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도 그녀는 악성 민원인인 시장 가게 할머니였다. 그저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연 많은 할머니라는 설정과 정부와 취약계층 간의 대립 구도로 비치면서 코미디와 휴머니즘을 보여주고자 하는 듯한 흐름으로 영화는 전개되었다. 그러나 영화 중반부 이후 그녀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것이 밝혀지며 그 모든 흐름을 뒤바꿨다. 그 이야기 하나로 그녀가 행했던 모든 행동과 언어가 달라 보였다. 나옥분이라는 캐릭터는 정체성 역전 중 성격 변화의 캐릭터이다. 그렇게 내변의 성격 발현을 위한 동기를 자극하는 사건으로 그녀는 본인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다. 그 이후로 주변인들과 갈등이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며 점차 정체성이 확립된다. 그리고 미국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증언과 연설을 하는 기점으로 그녀는 오롯이 그녀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런 전환을 나타내는 모습은 미국 워싱턴의 청문회장에서 본인의 상처들 내보이며 일본인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시청각적인 요소로 나타내어진다. 그럼으로써 감독은 아직 그들에게 일본 식민주의에서 비롯한 반인륜적인 행동은 끝난 것이 아니며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흉터들을 볼 때마다 그 지옥 같은 고통이 한없이 되살아납니다.
증거가 없다고요? 내가 바로 증거예요. 여기 계신 미첼이 증거고 살아있는 생존자 모두가 증겁니다.
그 지옥 같은 고통을 당했을 때, 내 나이 겨우 열세 살이었어. 열세 살...
나는 죽지 못해 살았수. 고향을 그리워하며... 내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옥분의 한국어 연설 中 -
출처: 네이버

영화 제목인 "아이 캔 스피크"는 영화의 소재상 자주 나올 수 있을 법한 문장이지만 이 영화는 교묘하게 그 문장을 피해 가고 있다. 영화 내내 "아이 캔 스피크"라는 말은 옥분이 청문회 하기 위해 대답하는 단 한 번의 장면에서만 나온다. 그녀는 일평생을 가족과 사람에게 부정당하며 스스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왔다. 우리 세계로부터 도외시된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세상에 맞서 우리 사회의 외압에서 벗어나 위안부 피해자였던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 형성을 하고자 나아간다. 그 시작이 바로 "아이 캔 스피크"라는 그녀의 한마디였다. 나옥분의 연설은 모국어인 한국어로 시작해 서툰 영어로 그 진상을 알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장에 있던 일본인들에게 악에 바쳐 소리칠 때는 유창한 일본어로 대답함으로써 그녀의 일생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연설에서 사용한 언어를 통해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로서 제국과 식민문화 사이의 식민주의적 권력을 비판하며 그것의 최종적인 해체는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마무리된다는 점을 나타낸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포용을 기반으로 한 우리 주변부의 다양한 인간들을 조우해 태어난 캐릭터가 바로 '나옥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그저 한 민원인으로, 상가 주인으로만 인식하고 관심이나 포용은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비록 그녀가 사람들에게 본인의 사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뉴스라는 매개체로 전달하여 관심 갖게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주변 인물들이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관심과 포용을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진정한 휴머니즘적 지향이 무엇인지 나타내었고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성의 문제와 우리 주의 인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게 그녀는 탈식민지적 트랜스 아이덴티티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정체성을 올곧게 하여 세계의 인간 존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인류 해방을 외친다. 정체성을 확립해 세계적으로 연설을 하는 그녀는 어찌 보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네 할머니이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나옥분'과 같은 인물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배려와 관심은 철저히 사람과의 친밀도에서 나온다. 그들의 서사를 알고, 진정한 이웃이 되면 그때 배려와 관심이 생긴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는 가장 간단한 한 가지는 애정 어린 시선 그 한 가지면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옥분과 같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한 가지 또한 바로 그것일 것이다. 나옥분을 통해 우리는 가슴 아픈 역사를, 한 사람에 대한 애정을, 우리 사회 인식의 문제를 깨닫게 된다. 옥분과 같이 두려워 말고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나는 외쳐본다. 아이 캔 스피크!


2007년 6월 26일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찬성 39표, 반대 2표로 공식 채택되었고,
같은 해 7월 30일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최초로 공식 인정한 사건이다.
그 후 10년, 일본은 여전히 사죄하지 않았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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