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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15. 2024

<26. 중간에 포기란 없습니다!>

책과 결혼했습니다!

<26. 중간에 포기란 없습니다!>


저는 책 선택에 최대한 신중한 반면, 한 번 잡은 책은 웬만해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의 선택을 믿으며, 혹은 잘못된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려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까지 읽고야 맙니다. 너무나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말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갈등을 겪은 적도 있었지만 완독 확률이 거의 99%에 수렴합니다.  


신중한 책 선택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중간에 포기한 분야의 책은 '자기 계발서'였습니다. 대부분 자기 계발서인 줄 모르고 선택했으며, '경영서' 혹은 '정신 수양'과 관련된 책임을 표방한 출판사의 상술에 넘어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출판사의 마케팅일 수도 있으니 잘못은 저에게 있음이 분명합니다. 심리학 또는 뇌과학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표방하면서 자기 계발식 '시크릿'류의 책인 사례가 많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처럼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겠지만, 읽다 보면 '과학'이 아닌 '하면 된다'라거나 '우주가 도와준다'라는 결론이 되기 일쑤입니다. 


읽다가 너무 어렵거나 지루해서 그만두려고 한 책도 적지 않습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임마누엘 칸트의 저서를 비롯한 철학 고전, 수사학 관련 책 들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합니다. 그 당시 위기를 극복한 방법은 읽는 도중에 해당 책을 쉽게 해설한 책을 병행해서 보는 것이었습니다. 입문서처럼 쉬운 해설은 어려운 본문을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죠. 부족한 독해에 의한 이해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은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완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필요합니다. 모든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해의 정도를 좀 낮추면서 적당한 타협을 하면 목표는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입문서나 해설서도 없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독해 수준의 책이라면 단 몇 쪽을 읽는 것도 큰 고통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완독은커녕 반의반도 읽기 어렵습니다. 

읽는 중간에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수준의 엉터리 책이어서 '집어던진' 책이 몇 권 있었는데, '반일 종족주의'를 공저한 이영훈 교수의 책(제목도 생각 안 납니다)이 그중 하나인 걸로 기억합니다. '아, 이 책은 정말 쓰레기와 다름없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일제의 식민시대를 남의 일처럼 아무 쓰라린 감정이나 치욕스러운 마음 없이 너무나도 태평한 마음으로 기술하였으며, 오히려 일본의 식민시절 때문에 대한민국이 오늘날처럼 잘 살게 되었다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정신적 '오물'과 다름없는 책이었죠. 


영화평론가이면서도 다독가로 유명한 이동진 씨의 '독서론'은 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이동진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가 방송에서 하는 말로도 느낀 점입니다만, 그는 읽을 책 선택을 위해 책을 만지고, 서문이나 차례 및 주요 내용을 훑어보고, 읽다가 중간에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것 등의 모든 과정 자체를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읽고 싶으면 읽고, 읽고 싶지 않으면 안 읽으면 된다는 그의 주장에 책 읽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유명 소설가인 김영하 씨도 방송에서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있어 그냥 사는 것이며, 독서는 사놓은 책 중에서 읽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동진 씨나 김영하 씨의 독서에 대한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전파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책과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들도 독서에 대한 부담감부터 내려놓는 것이 가장 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의 '독서관'과는 많이 다르지만 두 분의 유연한 생각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저 역시 그들의 글과 말에서 본받을 점이 많으니까요. 


어쨌든, 저는 책을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야 마는 '고집'이 심합니다. 그래서 책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하면서 오랜 시간을 들입니다. 제목과 저자만 보아도 읽고 싶은 책이라 하더라도 언론이나 공공 도서관 및 학술 단체 등에서 제시하는 서평 등이 있다면 꼼꼼히 읽고 난 후에야 읽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물론, 그런 과정이 제가 읽는 모든 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으니까요. 그래도 선택한 10권 중에 대략 한 권 정도는 잘못 골랐다는 후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후회를 하면서도 대개는 끝까지 읽고 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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