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승철 Nov 14. 2022

<서평>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따듯한 다독임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열림원)


노시인이 안부를 전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런 따스한 배려가 좋다. 어느덧 49권째라는 그의 시집. 이번에 소설처럼 산문집처럼 시집이 두툼하다. 그만큼 그는 아직도 세상에, 우리에게 할 말이 많은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올 6월에 나온 시집인데, 좀 늦게 읽은 셈이다. 또 나와봐라, 내가 안 읽나!


_ 채송화 _ 


난쟁이 꽃

땅바닥에 엎드려 피는 꽃


그래도 해님을 좋아해

해가 뜨면 방글방글 웃는 꽃


바람 불어 키가 큰 꽃들

해바라기 코스모스 넘어져도


미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일 없는 꽃


땅바닥에 넘어졌느냐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거라!


사람한테도 조용히

타일러 알려주는 꽃.


_ 끼니때 _


전화로 직접 말하거나

문자메시지나 카톡으로 말하거나

지금 어디 있어요?

밥이나 먹었어요?

그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또 여자라면

아내이거나 누이이거나 딸이거나

애인이 틀림없다

어디에 살든지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_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_ 다시 이십대 _


창밖에 달빛

너인가 싶어

혼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더란다.


_ 어린 벗에게 _


그렇게 너무 많이

안 예뻐도 된다


그렇게 꼭 잘하려고만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고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

사랑스런 사람이란다


지금 그대로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라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너는 가득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언제쯤 네가 실수가 더욱 진실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실수도 너의 인생이고 서툰 것도 너의 인생이란 것을 부디 잊지 말아라.)


_ 먼 곳 _


네팔 히말라야를 보러 가려고

집 떠나는 시인에게

시인의 아버지가 물었다

아들아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냐?

네, 아버지

이번에는 아주 먼 곳으로 갑니다

먼 곳이라?

그래, 부디 몸 성히 잘 다녀오너라

아들이 그 먼 곳에 가 있는 동안

아버지는 그만 더 먼 곳으로

여행 떠나고 말았다

그곳은 아들의 지도에도 없는

먼 곳이었다.


_ 가족 _ 


아빠와 단둘이 사는 아이

학교에서 선생님

가족이 몇이냐 물었을 때

우리 집은 가족이 없어요

대답했다는 그 말

새삼스레 가슴 아프다

그 아이가 내 손자 아이가

아니라 해도 마음 아프다

아이에겐 엄마가

가족의 전부였던 것이다.


_ 빵점 엄마 _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

그러나 이미 대학생 부모가 된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자기 아들이 초등학교 일학년 들어가

받아쓰기 시험 볼 때

빵점을 맞은 일이 있다 한다

아이가 돌아와 엄마 나 학교에서

빵점 맞았어요

시무룩하게 말할 때 엄마는

화들짝 웃으며 그래 빵점 맞았다고?

그러면 우리 동네 아이들 불러 빵 파티 하자

제과점에서 빵 사오고 아들의 친구를 불러와

글쎄 빵 파티를 했다고 한다

그런 뒤 그 아들 지금은 어찌되었나?

자라서 일류대학 제가 끝내 들어가고 싶어

소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다

그렇다면 그 엄마는 빵점 엄마일까?

맞아 빵같이 둥글둥글하고 맛있어 쓸모 있는

엄마가 분명해

빵점, 빵 파티, 빵점 엄마, 그 속에 우리네 삶의

아름답고도 깊은 곡절이 들어 있다.


_ 돌아가는 길 _ 


절간 앞에서

두 손 모으고


부처님 앞에서

기도하는 엄마


엄마를 본 뒤

아기는


꽃한테도

절하고


나무한테도

두 손 모은다


흰 구름을 보고

웃어준다.


_ 어리석음 _


이천 년도 훨씬 전에 예수님

너무 쉽게, 알아듣기 쉽게 하신 말씀


감사하면서 살아라

기뻐하면서 살아라

용서하면서 살아라


그 말씀 너무 쉬워서

이천 년을 두고 저희들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삽니다.


_ 잊지 말아라 _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세상 살맛이 조금씩 돌아올 것이다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세상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세상이 갑자기 눈부신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어쩌면 너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함께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책 10> - '그리스인 조르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